주가는 기업의 가치를 의미하고, 주가수익률은 주주가 제공한 자본으로 기업이 사업 활동을 해 이뤄낸 이익을 반영한다. 즉 성공적 주식투자의 핵심은 투입한 자금에 비례해 얼마나 성과를 이뤄낼 것인가에 달려 있다.
지난해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해 그 명성이 더욱 높아진 미국의 폴 크루그먼은 동남아 금융위기 직전인 1990년대 중반 아시아 국가의 경제성장을 평가절하하는 분석을 내놓았다. 당시만 해도 미국에서는 일본 경제의 미국 추월 가능성과 함께 동아시아 국가의 급격한 성장을 위기 의식으로 바라보던 시각이 많았는데, 그는 '걱정하지 말고 그냥 두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그의 논리는 명쾌했다. 경제 성장은 '생산성 증가' 혹은 '자원 투입량 증가'에 의해 이뤄지는데, 당시 아시아 국가의 성장은 '투입량 증가'에 따라 이뤄졌다는 게 그 논리의 배경이었다. '생산성 증가'가 배제된 채 경제가 성장하는 국가의 경우 투입량 증가는 한계가 있어 오래 지속될 수 없다는 예측이었다. 반면 미국은 자원 투입에 의한 성장은 20%에 불과하고 생산성 증가에 의한 성장은 80%에 육박한 상황이었다.
이런 논리는 주식 투자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기업의 외형 성장은 주가에 직결되지 않기 때문이다. 매출액이나 영업이익의 절대 크기가 증가 하더라도 증자를 통해 자본을 추가하거나 부채 증가와 함께 이뤄진다면, 이는 투입 증가에 의한 외형 성장일 뿐이다.
우리는 고성장 시대인 90년대에 코스피지수가 500~1,000포인트 범위에서 맴돌았던 것을 기억한다. 2년 전 필자는 90년대 이후 한국 주식시장의 양적 성장과 질적 성장을 구분해 분석한 경험이 있는데, 실제 결과도 당초 예상과 같았다. 즉 2003년까지는 시가총액 증가의 대부분이 양적 성장의 도움을 받은 반면, 이후에는 양적 성장과는 무관하게 질적 성장을 바탕으로 코스피지수가 2,000선까지 상승할 수 있었다.
국가적으로는 양적 성장도 중요하지만 주주 입장에서 가장 바람직한 기업 성장은 '사내 유보금으로 투자해 생산성을 향상시켜 이익을 창출'하는 것이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양적 성장에 내재된 한계를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의 과정을 거치며 극복하고 생산성 향상이라는 질적 성장을 이루어내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이처럼 궁극적으로 주가는 생산성 향상에서 나오지만, 투자자들은 일시적으로 '성장' 스토리에 매료되곤 한다. 이런 관점에서 올해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신흥국가 증시는 주가 변동성이 높은 성장주와 유사하다. 양적 성장으로 경제가 커가는 신흥국가 시장에 참여한 투자자라면 현재의 높은 성장이 장기적으로도 높은 성장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매우 위험한 투자가 될 가능성이 있다.
푸르덴셜자산운용 퀀트리서치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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