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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의 시로 여는 아침] 좋은 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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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의 시로 여는 아침] 좋은 일들

입력
2009.12.09 0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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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내가 한 일 중 좋은 일 하나는

매미 한 마리가 땅바닥에 배를 뒤집은 채

느리게 죽어가는 것을 지켜봐준 일

죽은 매미를 손에 쥐고 나무에 기대 맴맴 울며

잠깐 그것의 후생이 되어준 일

눈물을 흘리고 싶었지만 눈물이 흐르진 않았다

그것 또한 좋은 일 중의 하나

태양으로부터 드리워진 부드러운 빛의 붓질이

내 눈동자를 어루만질 때

외곽에 펼쳐진 해안의 윤곽이 또렷해진다

그때 나는 좋았던 일들만을 짐짓 기억하며

두터운 밤공기와 단단한 대지의 틈새로

해진 구두코를 슬쩍 들이미는 것이다

오늘의 좋은 일들을 비추어볼 때

어쩌면 나는 생각보다 조금 위대한 사람

나의 심장이 구석구석의 실정맥 속으로

갸륵한 용기들을 알알이 흘려보내는 것 같은 착란

그러나 이 지상에 명료한 그림자는 없으니

나는 이제 나를 고백하는 일에 보다 절제하련다

발 아래서 퀼트처럼 알록달록 조각조각

교차하며 이어지는 상념의 나날들

언제나 인생은 설명할 수 없는 일들투성이

언젠가 운명이 흰수염고래처럼 흘러오겠지

● 그런 밤길이 있었습니다. 갑자기 기온은 떨어지고, 경찰관처럼 바람은 온몸을 샅샅이 검색하고, 집은 생각보다 조금 더 먼 곳에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그런 밤길.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다가 거기 구멍이라도 뚫린 듯 보름달이 떠 있는 것을 보고는 저 노란 달의 얼굴에 눈동자를 두 개 그려주고 싶다고 생각하는 그런 밤길. 그러면 그 달이 덜덜 떨면서 걸어가는 나를 내려다보겠지, 큰 눈꺼풀을 깜빡거리며, 그런 생각을 하면서. 얼어 죽겠다고 중얼거리면서도 달이 있으니 이 밤에 외로워서 죽는 사람은 아마도 없겠지? 라고 또 생각하면서. 그런 점에서 어떤 일이 있어도 쉬지 않고 지구를 도는 달도 좋은 달.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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