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신종 인플루엔자(신종플루) 확산이 남북한 간 핫이슈로 부상했다.
최근 대북 소식지들은 잇따라 '11월 중순 이후 북한에 신종플루가 유행 중'이라고 전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8일 신종플루 치료제 대북 지원을 언급한 것도 북한의 상황이 심상치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존심 강한 북한의 과거 입장과 냉랭한 남북관계를 볼 때 남측의 지원 제의를 북한이 받아들일지는 두고 봐야 할 듯하다.
북한에서 전염병 예방을 책임지는 중앙위생방역소 소장은 지난달 14일 주간지 통일신보 인터뷰에서 "현재까지 단 한 명의 신형독감(신종플루) 환자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북한 전역에 39개 감시지점을 설치하고, 역 항만 공항을 중심으로 방역대책을 시행중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북한 내부 소식을 전하는 매체들은 신종플루 유행 가능성을 집중 제기하고 있다. 대북 인권단체 '좋은 벗들'은 "지난달 초부터 북한에서 신종플루가 유행하기 시작, 신의주에서 11월 말까지 20세 미만 청년과 어린이 40여명이 고열에 시달리다 사망했고 평양에서도 청년 7명이 사망했다"고 전했다.
인터넷 매체 '데일리NK'도 신종플루로 북한의 소학교와 중학교들이 한 달 일찍 방학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북한 위생방역부 관계자들은 "강성대국 건설에 지장을 준다"며 대외에 알려지는 것을 극도로 꺼리는 모습이라고 한다.
신종플루 치료제 타미플루를 북측에 지원하겠다는 이 대통령의 발언은 이런 보도 추이와정보 당국 판단 등을 보고받은 뒤 나왔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정부는 그간 북한 내 신종플루 확산 가능성을 주시해왔다.
개성공단 북한 근로자용으로 타미플루 1,000명분도 확보했다. 남쪽에서 북쪽으로 신종플루가 확산되지 않도록 남북출입사무소에 열감지 기기를 설치하는 등 나름의 대비도 했다.
통일부는 대통령의 언급을 계기로 신종플루 지원 문제를 북측과 직접 협의할 계획이다. 천해성 통일부 대변인은 "지원이 이뤄지려면 북측과 협의를 해야 하므로 대북 전통문 발송 등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쉽지만은 않을 듯하다. 정부는 이미 지난달 개성공단 근로자용 타미플루 지원 및 의료진 예방백신 제공 문제를 협의하자고 북측에 제안했지만 북측은 묵묵부답이다.
최근 남북관계도 시원치 않다. 타미플루 지원 제의가 스티븐 보즈워스 미국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방북일에 맞춰 나온 것도 북측 입장에선 마뜩하지 않을 수 있다.
물론 북측이 2004년 4월 용천역 폭발 참사 당시, 2007년 2월 성홍열 유행 당시 남측의 지원을 요청한 선례처럼 이번에 남측 지원을 수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경우에 따라서는 신종플루 문제가 남북 대화 및 대북 인도적 지원 재개의 돌파구가 될 수도 있다.
정상원 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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