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아프가니스탄 파병안이 확정되면서 파병 부대의 안전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정부는 아프간 내에서도 비교적 치안 상황이 안정적인 파르완주를 택했고, 파병 부대에도 첨단 장비를 갖춰 최대한 안전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병력과 지방재건팀(PRT) 인원이 머물 주둔지는 파르완주 주도인 차리카르시 북부에 설치된다. 미 공군 바그람기지가 20㎞ 거리로 가까워 치안이 비교적 안정적이고, 유사시 미군의 신속한 지원도 가능하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파르완주가 아프간 내전 당시 반탈레반 연합세력의 주요 거점 중 하나이고, 주민 대부분이 탈레반에 적대적인 타지크족과 하자라족이라는 점도 긍정적이라는 것이다.
그래도 불안은 남는다. 아프간 사망자 통계를 제공하는 민간 인터넷 사이트(icasualties.org)에 따르면 파르완주에서는 2002년부터 현재까지 모두 46명의 동맹군이 사망했다. 헬만드주(345명)나 칸다하르주(210명)와 비교할 수는 없지만 적지는 않은 숫자다. 특히 파르완주에서는 2005년과 2006년 사망자가 각 2명에 불과했으나 2007년 8명, 2008년 7명, 올해 9명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2007년 2월에는 국군건설공병지원부대(다산부대) 윤장호 하사가 바그람기지 정문에서 자살 폭탄 테러 공격으로 숨지기도 했다.
면적이 5,974㎢(서울의 10배)로 인구 70만명인 파르완주는 70% 이상이 산악지형이다. 동서로 힌두쿠시 산맥이 통과하고 있어 협로와 협곡이 많아 적대세력이 도로에 매설해 놓고 터뜨리는 급조폭발물(IED) 공격에 취약하다는 평가다. 파르완주에서의 탈레반 공격 양상이 바그람기지를 왕래하는 이동 병력을 IED로 공격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점은, 가까운 바그람기지의 존재가 약이 아니라 독이 될 가능성도 열어놓고 있다. 이 때문에 이라크 파병 때와는 달리 어느 정도의 희생은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는 가시지 않는다.
국방부는 이 같은 위협에 대비해 첨단 장갑차량과 헬기 등을 보내 충분한 안전을 확보하겠다고 설명했다.
부대원들에게는 방탄조끼와 조준경이 달린 개인화기, 야간 투시경과 함께 국내에서 개발된 첨단 K-11 차기복합형 소총이 지급된다. K-11 소총은 일반 소총용 탄환은 물론 공중에서 폭발하는 20㎜ 탄환으로 건물 뒤에 숨은 적까지 상대할 수 있다. 병력의 이동은 UH-60(블랙호크) 헬기와 장갑차량을 이용키로 했다. 헬기에는 RPG-7(휴대용 로켓)과 스팅어 미사일 등을 회피할 수 있는 장비와 미사일 경고 시스템, 방탄 바닥이 설치된다.
장갑차는 미군이 운용 중인 특수방탄장갑차(MRAPㆍMine Resistant Ambush Protected) 10여대를 임대해 사용하는 방안을 미국과 협의 중이다. 미군의 MRAP는 장갑차에 방탄유리와 두꺼운 장갑을 설치하고 폭발력을 분산하도록 차량 바닥을 V자로 만들었으며, IED를 원격조종으로 폭발시키는 휴대폰의 주파수를 방해하는 장치도 갖췄다. 올해 아프간 전체 사망자의 53%가 IED로 인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는데, MRAP의 경우 IED 공격을 받아도 그 피해를 상당히 줄일 수 있다.
주둔지에는 적대세력의 로켓과 박격포 공격에 대비해 콘크리트로 주요 건물을 건축하고 모래방벽(헤스코)이 설치된다. 적대세력의 침입을 저지하기 위해 2중 울타리를 설치하고 열상감시장비(TOD)와 정찰용 소형 무인항공기(UAV), 고성능 CCTV, 군견, 폭발물 탐지기 등도 갖추기로 했다. 81㎜ 박격포와 K-6 기관총도 배치된다. 국방부 관계자는 "합참에서 충분한 워 게임을 실시해 병력과 소요 무기를 산출했다"고 말했다.
진성훈 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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