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정기국회는 끝까지 파행으로 얼룩졌다. 정기국회 마감을 하루 앞둔 8일 한나라당은 '4대강 사업 예산'을 국회 국토해양위에서 강행 처리했고, 민주당은 이에 반발해 정기국회의 마지막 본회의를 보이콧했다.
이에 따라 이번 정기국회는 의안 및 법안 처리 분야에서 최근 5년 가운데 최악의 성적을 기록했다. 여야는 이미 '역대 국회 중 각 상임위가 심사한 예산안을 예결특위로 가장 늦게 넘긴 국회'라는 불명예스러운 기록도 세웠다.
국토해양위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내년도 예산안과 법안 심사를 시작했다. 4대강 사업을 비판하는 민주당 의원들의 대체 토론과 의사진행 발언이 3시간 넘게 계속됐다. 한나라당 소속인 이병석 국토해양위원장은 오후 1시38분 "같은 질문들을 반복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국회의장이 지정한 예산안 심사 기한이 어제였기 때문에 오늘 의결하지 않으면 다른 예산도 무효가 된다"며 3조5,000억원 규모의 4대강 예산을 포함한 상임위 전체 예산안을 표결 없이 통과시켰다. 이 위원장은 여야 의원들에게 "이의 있습니까"라고 물은 뒤 곧바로 의사봉을 두드려 가결을 선포했다.
민주당은 '이의 있다고 하는 위원 있음'이라고 적힌 속기록을 공개하며 "이 위원장의 가결 선포는 '이의가 있으면 표결해야 한다'는 국회법 112조 등을 위반한 것이므로 예산안 통과는 무효"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권한쟁의 심판 청구를 검토 중이다.
민주당은 "얼치기식 날치기 미수"(우제창 원내대변인)라고 반발했으나 한나라당은 "절차상 하자가 없다"(허천 국토해양위 간사)고 일축했다. 민주당은 오후에 속개될 예정이었던 본회의에 불참하기로 했고, 한나라당도 "단독 국회는 하지 않겠다"며 본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이날 본회의 안건으로 잡혀 있던 의안 101건 중 40건만 오전에 통과되고 61건은 통과되지 못했다. 이번 정기국회 최종 처리 의안은 165건이고 이 중 결의안, 동의안 등을 제외한 법안은 108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2005년 이후 최저치로, 국회가 극도로 경색됐던 2004년의 성적과 비슷한 수준이다. 법안 처리 건수는 지난 해 171건, 2007년 188건, 2006년 191건, 2005년 152건 등이었다.
내년 예산안 심사 성적도 형편 없었다. 예산안 심의 법정 시한(12월2일)을 7년째 지키지 못한 것은 물론이고, 정기국회 회기를 이틀 남긴 7일 예결특위의 예산안 심사가 시작됐다.
4대강, 세종시, 미디어법, 정운찬 총리 인사청문회, 10ㆍ28 재보선 등을 소재로 한 정쟁이 정기국회 100일을 뒤덮은 탓이다. 의원들은 무기력한 모습으로 일관했고, 여야 지도부는 정치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최문선 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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