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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제기 기자의 Cine Mania] 영화산업 부가가치? "핵심은 캐릭터다"

입력
2009.12.08 0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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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한 패스트푸드 체인점에서 6종 세트로 구성된 낯선 장난감을 만났다. 어린이용 음식을 구매할 경우 딸려오는 일종의 미끼상품이었다. 포장지에는 아직 개봉 하지 않은 영화 제목이 새겨져 있었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타이타닉' 이후 12년 만에 내놓는, 올 연말 최대의 화제작 '아바타'였다.

카메론이 "4억 달러를 들였다"고 말한, 역사상 최고 대작으로 기록될 이 영화는 다국적 패스트푸드업체와 손잡고 우리도 모르게 이미 생활 속을 파고 들고 있었다. 장난감 진열장 유리에 코를 박고 있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평범하면서도 무서운 할리우드 상술을 다시 한번 되새김질 했다. 아마도 12세 이상 관람가의 이 영화가 보고 싶어 안달할 초등학생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꽤 오래 전부터 여기저기서 목에 피가 나도록 외치고 있다. '원소스 멀티유스'(One Source Multi Use)가 중요하다고. 하나의 재료로 여러 가지 부가가치를 창출하면 이익이라는 걸 모르는 바보는 없다. 자본주의가 그토록 강조하는 효율성의 영역에 있건만 충무로는 그 가치를 아직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원소스 멀티유스의 힘은 콘텐츠의 축을 이루는 캐릭터에서 주로 나온다. 일단 캐릭터의 마력에 빠지면 사람들은 속수무책으로 지갑을 열게 된다. 연 매출이 50조원에 달하는 할리우드 영화사 월트디즈니는 미키마우스를 발판 삼아 일류기업으로 도약했다. 세계적인 인기 로봇 캐릭터 건담을 창조한 일본의 애니메이션 감독 도미노 요시유키는 말했다. "캐릭터는 시간을 초월하는 심벌이 될 수 있지만 시대성을 지닌 배우는 시간을 벗어날 수 없다." 화수분과도 같은 캐릭터의 무한한 가능성을 강조한 말이다.

2012년 개장하는 인천 로봇랜드에 로보트태권브이가 들어선다. 놀이기구 역할을 겸한 키 111m의 꺽다리 조형물이다. 인천국제공항과 이웃한 청라지구에 위치한다니 한국의 첫 인상을 결정짓는 얼굴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내년 개봉을 목표로 실사영화 '태권 브이'(가제)도 한참 제작 중인데 이에 발맞춰 캐릭터 상품도 속속 나올 예정이다.

30여 년 묵은 캐릭터를 활용하는 일이니 땅 짚고 헤엄치기라고 하겠지만 현실은 딴판이다. 맨땅에 헤딩, 맨주먹 붉은 피로 덤벼들어야 가능한 일이라고 한다.

장난감 하나 개발해도 어떻게 팔아야 할 지 막막한 게 현실이다. 국내 완구업체가 자체 상품 생산을 중단한지 오래됐기 때문이다. 힘들게 발걸음을 내딛는 로보트태권브이에 성원을 보내면서도 열악한 국내 캐릭터 산업의 현주소가 마냥 씁쓸하기만 하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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