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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 다큐/ 막걸리의 거침없는 '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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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 다큐/ 막걸리의 거침없는 '진군'

입력
2009.12.08 0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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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막걸리''첫술 막걸리'촌스럽고 투박한 이미지의 막걸리가 젊은이의 문화를 선도하는 홍대 앞 카페 이름으로 등장했다. 생산량 1위, 출고량 1위, 선호도 2위. 가히 열풍이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올 10월까지 막걸리 생산량과 출고량은 다른 술을 압도했다. 또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술을 마시는 성인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막걸리의 선호도는 맥주를 제치고 소주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고된 노동 뒤에 시원하게 목을 추기던 '농주', 시골장터에서 배부르게 한끼를 대신하던 '탁주'는 옛이야기가 된지 오래다. 등산을 마치고 파전으로 한 사발 걸치는 막걸리, 비 오는 날 빈대떡 가게에서 세상 시름을 안주 삼아 마시던 막걸리가 급속도로 고급 레스토랑과 카페로 파고들고 있다.

서울 목동의 코스요리 전문점 스펀지에는 전국 8도 대표 막걸리가 당당히 홀 중앙을 차지하고 있다. 얼음이 깔린 장식 테이블 위에서 조명을 받고 있는 막걸리 병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 포도주 대신 막걸리를 대표 술로 내세운 전략이다. 인천 영종도의 스카이72 골프장은 클럽하우스 앞에 포장마차를 열고 막걸리를 선보였다. 반응이 폭발적이다. 여름에는 맥주보다 막걸리가 훨씬 많이 팔렸다. 코스에 들어가는 골퍼들에겐 캔 막걸리가 인기를 끌어 주문량이 모자랄 정도였다. 날씨가 쌀쌀한 요즘도 막걸리를 찾는 이들이 끊이지 않는다.

젊은이들이 선호하는 카페가 밀집한 서울 홍대 앞 거리엔 막걸리를 전문으로 취급하는 카페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은은한 조명과 넓은 창, 막걸리와는 도무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건물 정면에는 '더 막걸리'라고 쓴 큼직한 현수막이 간판을 대신하고 있다.

저녁 7시, 초저녁인데도 테이블은 이미 빈자리가 없었다. 투명한 와인 잔에 담은 화려한 색상의 과일막걸리 칵테일은 특히 젊은 여성들에게 인기다. 이곳은 두 달 전까지만 해도 고급 와인 바였다. 일식요리점에서 업종을 바꾼 인근의 또 다른 막걸리 카페에는 햅쌀로 만든 '누보 막걸리'입하 현수막이 걸려 있다. 프랑스산 햇포도주 '보졸레 누보'를 홍보하던 매장에서나 볼 수 있는 풍경이었다.

막걸리 열풍은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까? "결국 신뢰의 문제죠. 양적 팽창이 질적 향상으로 이어져야 합니다"전주 전통술박물관 박시도 관장의 지적이다. "생산업체는 눈앞의 이익이 아니라 장기적인 안목으로 위생설비와 기술개발에 투자하고, 영세사업장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절실한 시점입니다."

최흥수 기자 choiss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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