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오리온스는 약체다. 지난 두 시즌 동안 최하위와 9위에 그쳤다. 특별한 전력보강이 없었기에 오리온스는 이번 시즌을 앞두고도 약체로 지목됐다. 김승현 말고는 이름값 있는 선수도 별로 없다. 다른 팀들이 '1승 제물'로 여기는 것은 당연했다.
공동 8위 오리온스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지난주 3경기에서 2승을 거두며 중위권 판도변화의 핵으로 떠오르고 있다. 오리온스와 6위 서울 삼성과의 승차는 3경기. 주목할 것은 '2승 제물'이 2위 부산 KT와 4위 원주 동부였다는 데 있다. 오리온스는 이번 시즌 7승(13패) 가운데 4승을 동부 KT 삼성 등 우승후보들을 상대로 거뒀다.
▲스피드만이 살 길
프로원년인 97년 이후 12년 만에 프로코트에 복귀한 김남기(49) 감독의 트레이드마크는 스피드 농구. 선수들의 '액면기량'이 떨어지는 만큼 정면승부로는 한계가 있다는 게 김 감독의 계산이다. "우리 팀 여건상 2대2 플레이나 포스트플레이만으로는 어렵습니다. 속공을 통해 확실한 아웃넘버(Out Numberㆍ수비자보다 공격자 수가 많은 경우) 상황을 만들어야 승산이 있습니다."
▲김승현 효과
구단과 이면계약 파문으로 한국농구연맹(KBL)의 중징계를 받았던 김승현은 2라운드부터 출전하고 있다. 김승현이 복귀한 이후 오리온스의 조직력은 몰라보게 끈끈해졌다. 김승현이 가세한 11월7일 이후 한 달간 성적은 5승6패. 김 감독은 "정훈 허일영 김강선 등 경험이 부족한 선수들이 김승현과 함께 시너지효과를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34경기 중 20승이면 6강
김 감독이 보는 6강 플레이오프 마지노선은 26승. 7일 현재 7승인 오리온스가 26승으로 시즌을 마치려면 남은 34경기에서 19승을 챙겨야 한다. 승률이 3할5푼에 불과한 오리온스로서는 버거운 목표다. 하지만 김 감독의 생각은 다르다. "예년처럼 절대강자는 없는 것 같아요. 붙어 보니 다들 약점이 있더라고요. 남들보다 한 발 더 뛰는 농구를 한다면 6강은 갈 수 있습니다."
최경호 기자 squeez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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