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서울 홍익대 인근의 한 레스토랑에서 열린 이색적인 행사에 참석할 기회를 가졌다.'돗자리'라는 이름으로 2개의 사회적 기업과 4개의 예비 사회적 기업이 함께 진행한 네트워크 파티였다. 명칭도 개념도 낯선 이 행사는, 주최측의 표현을 빌리면, '6개의 작은 사회적 기업이 모여 각자의 이야기를 끌어가면서 어떻게 서로 환대의 손을 내밀며 친구를 만들어나가는지 보여주는'자리였다.
사회적 기업 파티'돗자리' 성황
2007년 초 발효된 사회적 기업 육성법에 따르면 사회적 기업은'취약계층에게 사회서비스 또는 일자리를 제공하여 지역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등의 사회적 목적을 추구하면서 재화 및 서비스의 생산ㆍ판매를 통해 영업활동을 수행하는 기업'으로 정의된다. 우화적으로 표현하면 빵을 팔기 위해 고용하는 것이 아니라 고용하기 위해 빵을 파는 기업이다. 사회서비스는'교육ㆍ보건ㆍ사회복지ㆍ환경 및 문화 분야의 서비스,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서비스'를 지칭한다.
노동부로부터 사회적 기업으로 인증 받은 기업은 이미 200개를 넘지만 그날 만난 6개 기업은 문화예술분야에서 통합마케팅을 지향하며 공동사업모델을 찾는 청년그룹들이었다. 젊은 상상력과 창의력이 묻어나는 기업의 이름도 독특했다. 노리단(공연ㆍ교육) 오가니제이션요리(레스토랑ㆍ케이터링) 리블랭크(재활용상품 제조ㆍ판매) 트래블러스맵(공정여행ㆍ지역개발) 이야기꾼의 책공연(책공연ㆍ이야기꾼 양성) 팩토리 36.5(창의교육ㆍ콘텐츠제작) 등이 그것이다.
놀랐던 것은, 그다지 돈이 될 것 같지 않은 아이디어와 헌신만으로 크고 작은 수익사업을 벌여 틈새 청년층 일자리를 만들고 자족적 경영을 이뤄간다는 점이다. 노리단의 경우 청년층 36명을 포함 유급직원이 66명에 이르고 올 매출목표는 20억원이다. 다문화 컨셉 레스토랑인 오요리는 청년층 이주여성 등 직원이 34명, 올 매출은 5억원이다. 취약계층에 일자리를 제공하면 지원되는 정부보조금(1인당 80만원)을 빼고도 그렇다. 예비 사회적 기업인 4곳 역시 규모는 작아도 새로운 발상과 수익모델로 사회적 기업의 꿈을 키워간다.
아직은 변방적이고 맹아적인 얘기를 길게 한 이유는 일자리를 고민하는 정부의 개념과 접근이 보다 현장적이고 발굴적이며 맞춤형이 돼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고용 없는 성장이 시대의 추세인데도 정책은 '투자=일자리'라는 낡은 공식에 얽매여 있고, 효율과 성과의 계산서 없이 4대강, 희망근로, 공공인턴, 해외인턴 등 거대 고용담론에 천문학적 예산을 퍼붓는 책상머리 행정이 바뀌는 기색이 없어서다.
솔직히 대통령처럼 "토목이 무슨 나쁜 일인가"라고 단문단답 식으로 반문하면 답하기 쉽지 않다. 건설과 토목이 즉각적 일자리 효과를 내는 것은 사실이니 말이다. 하지만 이 질문은 불도저 식이지 컴퓨터 식은 아니다. '컴퓨터를 단 불도저'라면, 투입 대비 효과를 보다 정밀하게 계산해야 하고 그 정확성은 현장행정과 타깃이 분명한 인센티브에서 나온다는 것을 상기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4대강 사업을 포함해 올해와 내년 청년 노인 사회서비스 등 공공 일자리 창출에 십수조를 쏟아 부어도 일회성 단기 고용만 늘고 공무원들의 부도덕한 재량권만 키우게 된다.
일자리 예산 체계ㆍ타깃 정밀해야
얼마 전 정부는 3년 내 3조5,000억원 대의 벤처펀드를 조성, 벤처기업을 1만개 육성하고 2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등 신기술과 기업가정신으로 무장한 창업열기를 확산시키겠다고 말했다. 좋은 말이고 바람직한 방향이다. 하지만 뭉텅이 돈만 보이고 정교한 전략이 없으니 벌써부터 '머니 게임' 등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먼저 제기된다. 사회적 책임과 공헌에 눈떠가는 기업 역시 예외가 아니다. 당장의 시혜적 도움이 급한 곳도 중요하지만 꿈과 창의를 좇는 사회적 기업과의 네트워크 축적과 지원이 훨씬 효율적이다.
정부의 일자리 예산과 기업의 사회공헌 예산을 기획ㆍ집행하는 사람들이 '돗자리'같은 모임을 찾아가보면 최소한 어떻게 어디에 돈을 써야 하는지에 대한 많은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좌절하지 않는 젊음의 열정을 덤으로 보는 것도 즐겁다.
이유식 논설위원 y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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