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째 시집 <빛들의 피곤이 밤을 끌어당긴다> (2006)에서 선명한 감각적 이미지로 삶의 비의를 노래했던 김소연(42ㆍ사진) 시인이 3년 만에 내놓은 새 시집 <눈물이라는 뼈> (문학과지성사 발행)는 위로의 시집이다. 그 위로는 삶의 상처, 그 상처의 밑바닥을 들여다본 경험에서 연유한 것이다. 눈물이라는> 빛들의>
시집을 지배하는 것은 따라서 상처를 투사하는 시인의 눈이다. 상처가 주는 고통은 나이만큼 증식하는 추억 속에 또아리 틀고 있다. 그 경험은 '자기 기억을 비워내기 위해/ 심장을 꺼내어 말리는 오후/ 자기 슬픔을 비워내기 위해/ 배를 가르고 내장을 꺼내 헹구는 오후'('고통을 발명하다'에서)처럼 지독하다.
고통의 응시 끝에 그가 다다른 지점은 타자에 대한 연민과 위로다. 가령 늙어가는 어머니의 발목을 만지며 시인은 낮은 목소리로 '내 생이 그녀의 생을 다 먹어버린 건 아닌지'('경대와 창문'에서) 라며 회한에 잠긴다. 버림받은 여자를 생각하며 울 때 그것은 '눈물로 살림살이의 등때를 헹궈주'는 행위와 같은 것('그녀의 눈물 사용법'에서)이다. 슬픔은 그의 양식이고 그는 그것을 공명과 위로로 육화시킨다. '타인의 상처와 노는 것/ 금줄 친 대문 앞에서/ 스무 하루를 기다리는 것/…/나갔다가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것/ 이 모오든 것을/ 부러 기억할 필요야 없지만/ 새겨 두고 마는 것'('유리 이마'에서).
이왕구 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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