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은 공이 라켓에 닿는 소리를 듣지 못한다. 상대 선수의 라인콜도 시각적으로만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그는 고요하게 경기를 이끌어갔다. 모두 경이로운 시선으로 도전을 창조하는 경기를 지켜봤다'
미국의 주니어 테니스 전문사이트 주테니스(zootennis.com)가 11월 28일부터 지난 4일까지 미국 플로리다주 브랜든튼에서 열린 주니어 국제테니스 에디 허 대회(2009 Eddie Herr)에 참가한 한국 소년을 다룬 기사 내용이다.
주인공은 충북 제천 신백초등학교 5학년 이덕희(11)군. 이군은 남자 12세부에 한국 대표로 출전해 세계의 강호들을 연달아 꺾고 당당 3위에 올랐다.
지난 8월 국가대표 주니어 상비군에 뽑히면서 출전권을 따낸 이군은 첫 국제대회에서 테니스 강국인 아르헨티나와 미국 랭킹 1위 선수를 차례로 꺾어 세계 테니스계를 깜짝 놀라게했다.
역대 이 대회에서 11세 선수가 4강에 진출한 것은 이군이 처음이다. 에디 허는 슈테피 그라프, 마리아 샤라포바, 앤디 로딕 등을 배출한 전 세계 테니스 꿈나무들의 등용문으로 이름 나 있다.
청각장애를 안고 태어난 이 군은 7살 때 사촌형의 테니스 라켓을 잡고 흉내낸 것이 인연이 돼 테니스 선수의 길로 접어들었다. 코치 선생님의 설명을 알아들을 수 없어 테니스 배우는 속도는 더디기만 했다. 심판들의 판정은 물론 점수를 세는 것도 들을 수 없어 불편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하지만 침묵 속에서 공에만 집중하는 힘은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장점이 됐다.
라켓을 잡은 지 3년여 만인 지난해부터 이군은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탐라배를 시작으로 전국종별, 전국초등학생선수권, 양구 국제주니어대회, 교보생명컵 등을 모조리 휩쓸며 10세, 11세부 무대를 연속 제패했다.
어머니 박미자(35)씨는 "덕희는 우리가 '덕희야'하고 불렀을 때 돌아보지 않는 것을 빼면 아무것도 불편함이 없는 아이"라며 "한국 대표선수로 커가는 모습을 지켜봐달라"고 말했다.
페더러 같은 대선수를 꿈꾸는 이군은 23일까지 미국 플로리다 마이애미에서 열리는 프린스, 오렌지볼 등 2개 주니어 대회에 더 출전한 뒤 25일께 귀국할 예정이다.
한덕동 기자 dd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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