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2009한국바둑리그 챔피언은 어느 팀이 차지할까. 5, 6일 열리는 챔피언결정전 최종전을 앞두고 양팀이 출전 선수 명단(오더)을 발표했다.
영남일보가 김지석 강유택 김형우 박영훈 유창혁을 차례로 내세웠고 한게임은 이영구 홍성지 한웅규 윤준상 김주호 순으로 맞섰다. 양팀의 5지명 염정훈과 김미리는 1, 2차전에 이어 이번에도 오더에서 제외됐다.
양팀 오더를 보면 우선 영남일보의 작전 변화가 눈에 띤다. 1, 2차전에서 똑같은 오더를 고집했던 최규병 감독이 3차전에서는 새로운 진용을 선보였다.
두 번 모두 5번에 배치돼 출전 기회조차 잡지 못했던 김형우를 3번으로 끌어올리는 대신, 에이스 박영훈과 백전노장 유창혁을 각각 4, 5번으로 돌렸다. 박영훈의 장고대국과 유창혁의 5번 등판은 이번이 처음이다. 초반 강공책에서 장기전으로 목표를 변경한 셈이다.
한게임의 차민수 감독도 상당히 고민한 흔적이 보인다. 상대팀 부동의 1번 타자인 김지석을 잡기 위해 한게임에서 가장 상대 전적이 좋은 이영구를 선봉에 내세웠다.
또한 최근 신종인플루엔자 확진 판정을 받는 등 컨디션이 좋지 않은 윤준상을 어디에 배치할까 고민하다 시간 부담이 덜한 장고바둑에 투입했는데 뜻밖에 양팀 에이스끼리 만나게 됐다. 결국 이번 3차전은 이 두 판이 승부판이 될 가능성이 크다.
판별로 승부를 예상해 보면 첫 판은 아무래도 최근 연전연승으로 기세가 하늘을 찌를 듯한 김지석의 우세가 점쳐진다. 하지만 상대 전적에서는 이영구가 6승 2패로 앞서고 있다.
김지석의 1번 출전을 예상하고 이영구가 자청해 선봉으로 나섰다는 후문이다. 영남일보로서는 첫 판을 이겨야 본전이지만 만일 이영구가 이긴다면 승부의 흐름이 급격히 한게임 쪽으로 기울 가능성이 크다.
두 번째 판은 포스트시즌에서 전승을 거두고 있는 홍성지에게 무게가 쏠린다. 강유택은 작년에 맹활약, 영남일보 우승에 일등공신 역할을 했으나 올해는 대학입시 준비에 바빠 집중력이 분산된 탓인지 1, 2차전에서 모두 패배했다.
3국 역시 한게임이 밀릴 이유가 없다. 열아홉 살 신예 한웅규는 1, 2차전을 모두 승리하는 등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충분히 제 몫을 해 주고 있다. 김형우의 침착함 역시 유명하지만 최근 상승세의 한웅규에게 한 표를 던지고 싶다.
네 번째 판 장고바둑은 아무래도 박영훈의 우위가 점쳐진다. 박영훈이 장고바둑에 첫 출전인데 반해 윤준상은 그동안 장고바둑에서 8연승을 기록할 정도로 강점을 보이고 있지만 신종플루 감염으로 컨디션이 썩 좋지 않다는 게 문제다.
하지만 윤준상이 특유의 완력을 발휘해 초ㆍ중반에 우세를 차지할 수 있다면 끝내기의 달인 박영훈을 넘어설 가능성은 충분하다.
만약 2대2가 된다면 마지막 승부판이 될 최종국은 정말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 주기 어렵다. 큰 승부를 숱하게 치러 낸 백전노장 유창혁이지만 1차전과 2차전에서 장고바둑 출전을 고집했던 건 다 이유가 있다.
집중력과 순발력이 가장 큰 관건인 속기바둑에서는 아무래도 유창혁의 이른바 '뻑수'가 등장할 우려가 다분하다. 김주호는 정규시즌에서 유창혁을 이겼다.
그때도 상당히 불리했던 바둑을 유창혁의 낙관과 방심을 틈타 순식간에 뒤집었다. 다만 유창혁이 큰 승부일수록 더 힘을 내는 '호랑이 가슴'인데 반해 김주호가 큰 판에서 종종 '새가슴'이 된다는 게 뜻밖의 변수가 될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오더는 오더일 뿐'이다. 이번 2009시즌에서는 예상 밖의 승부가 유난히 많았다. 정규리그 4위팀 한게임이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를 거쳐 챔피언결정전까지 치고 올라온 것 자체가 이변이라면 이변이다.
2009한국바둑리그 챔프결정전 3차전은 5일 오후 5시에 첫 판을 시작, 첫 날 세 판을 둬 3연승한 팀이 나오지 않을 경우 이튿날 오후 5시부터 4국과 5국이 이어진다.
박영철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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