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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사랑, 그 혼란스러운' 사랑은 과학·인문학의 접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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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사랑, 그 혼란스러운' 사랑은 과학·인문학의 접점

입력
2009.12.06 2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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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하르트 다비트 프레히트 지음ㆍ박규호 옮김/21세기북스ㆍ432쪽ㆍ1만8,000원

플라톤 이래 서양철학에서 줄곧 싸구려 취급을 받은 '사랑'이란 주제를 용기 있게 다룬 철학서다. 결론부터 말하면 저자도 인간의 성적(性的) 사랑을 속 시원히 정의하진 못한다. 그러나 기존 연애지침서나 생물학 이론서와는 다르다. 저자는 사랑을 "과학과 인문학이 만나는 접점에 위치한 아주 중요한 주제"로 본다.

그는 생명의학 분야를 철학적으로 다루는, 이른바 통섭의 글을 써왔다. 따라서 사랑을 규명할 때도 철학, 심리학, 생물학, 뇌과학, 동물학, 사회학, 문화인류학 등 여러 학문을 두루 활용한다. 그리고 사랑의 형성 과정을 생물학에서 심리학을 거쳐 사회학으로 이어지는 연구 방식을 통해 설명한다. 유전자는 번식을 유도하고(생물학), 욕정은 감정을 충족시키며(심리학) 감정은 기대를 갖게 함으로써(사회학) 사랑이 탄생한다는 것이다.

"동물의 이야기로 시작했고, 동물과 함께 끝맺으려 한다"(425쪽)는 저자의 고백처럼, 책은 수 많은 인용구와 더불어 동물의 성적 교통도 소개한다. 이는 사랑이 호르몬이나 DNA 조작이라고 주장하는 진화심리학자들의 이론을 비판함으로써 인문학의 영역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이다.

방대한 작업 끝에 그는 이렇게 말한다. "사랑은 사람과 관계에 따라 아주 쉽기도 하고 어렵기도 하다"고. 그래서 사랑은 '그 혼란스러운 것'이다.

김혜경 기자 thank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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