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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의 시로 여는 아침] 눈 내리는 모래내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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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의 시로 여는 아침] 눈 내리는 모래내의 밤

입력
2009.12.06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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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부처가 상류에 있다지

일년에 한번씩 흰 칠을 한다는

부처가 있다지

오늘밤이 그날이라지

불꽃을 문 연등이

자갈밭에서 떠내려온다지

냇가 위

내부간선도로

흰빛들이 꾸물거리며

교각 위로 떠오른다

누에들이 뽕나무 위로 쉼없이 올라가듯

잠시도 쉬지 않고

떠오른다

빛은 집착을 만든다지

여인들이 부처의 몸에 흰 칠을 하며

아이 낳는 꿈을 꾼다지

마른 냇가에

붉은 연등이 떠내려온다지

상류에서

오늘밤 흰 꿈이 내려온다지

● 예전 고향집 옥상에는 화분 속에 든 작은 전나무가 한 그루 있었습니다. 별 볼 일 없는 나무였지요. 하지만 이즈음이 되면 그 전나무가 빛을 발해요. 부모님이 빵집을 운영하셨기 때문에 12월이면 그 나무를 가게로 들고 가 크리스마스 트리를 만들었거든요. 금빛, 붉은빛, 푸른빛 유리구슬들도 매달고 꼭대기에는 별도 붙이고. 그런데 왜 일년 내내 그렇게 크리스마스 트리를 세워놓지 않는가 모르겠더라구요. 빵집 아들로서 분석해보니 트리가 있을 때는 그렇지 않을 때보다 매출이 서너 배도 넘던데. 크리스마스 트리와 빵집의 매출은 아무런 관계가 없다구요? 연말은 워낙 장사가 잘 되는 대목이라구요? 전나무가 들으면 서운할 소리군요. 그럼 눈은 왜 내린다고 생각하시는지? 구름 속 수증기가 응결되어서? 흰 부처가 서운하겠군요.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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