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신마을은 경북 영양군의 일월산과 통고산의 중간 태백줄기 깊숙한 곳에 있다.
1986년 11월 신암리에서 산길을 타고 계곡에 징검다리를 놓아가며 세시간을 걸어 마을을 찾아 갔었다. 그 당시 굴피나무 집 부엌에는 송아지가 살고 있었고 마을사람들은 소대신 쟁기를 끌며 산 비탈에 약초 밭을 일구고 있었다.
. 지난 주말 다시 세신를 찾아갔다. 길을 찾지 못해 장작을 패던 노인에게 묻자 땅바닥에 지도를 그리며 설명한다.
"저 앞 숲 속으로 들어가 다리 여섯 개를 건너 수렵금지 팻말이 있는 산언덕을 넘어가면 세신 이니 잘 살펴보시게… 사람이 살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네."
힘차게 뻗은 전나무 가지에 걸린 이정표를 따라 산길로 들어 섰다. 어찌 이런일이…. 굵은 쇠줄이 도로를 막고 있다. 하늘을 보니 눈이 내릴 기세다.
마음이 바빠진다. 혹시 길을 잘못 든 것이 아닐까 하는 불안감에 발걸음은 더욱 빨라진다. 산을 하나 넘어서자 눈에 익은 계곡이 나타 났다.
그러나 마을은 없었다. 굴피집에서 등잔을 켜놓고 공부하던 아이들은 사라지고 산자락 밭에는 수확하지 않은 배추가 서리를 맞고 하얗게 변해 가고 있다.
채소값이 폭락해 얼굴에 짙은 그늘이 그려져 있던 마을사람들 모습이 눈앞에 떠오른다. 풍년 이지만 팔리지 않아 썩어가는 배추가 예전이나 지금이나 팍팍한 이곳의 삶을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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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순 편집위원 sssh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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