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지하자원 수출에 의존하는 낙후된 아프리카 경제개발을 위해 현지에 제조업 생산기지를 구축하는 중국판'마셜플랜'을 추진한다.
중국은 세계은행과 함께 중국의 섬유와 장난감, 신발류 등 저(低)부가가치 제조업 생산거점을 아프리카 사하라 남부지역으로 이전해 현지에 새로운 생산기지를 건설하는 것을 협의 중이라고 4일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이는 중국이 아프리카를 천연자원 공급처와 소비시장으로 삼는 현단계의 경제교류를 한 단계 발전시켜 양자가 윈ㆍ윈하는 새로운 단계로 발전시키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중국 베이징(北京)을 방문중인 로버트 졸릭 세계은행 총재는 3일 천더밍(陳德銘) 중국 상무부장과 면담 후 가진 FT와의 회견에서 "중국의 저 부가가치 산업 생산 거점 일부를 아프리카로 이전하는 문제를 협의했다"며 "소위 중국판'마셜 플랜'으로 불릴 이 방안은 아프리카 산업화를 촉진시키는 데 큰 효과를 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졸릭 총재는 또 "노동집약적인 생산시설과 판매망을 보유하고 있는 중국기업들이 상대적으로 임금이 싼 아프리카로 이전하면 더 큰 이득을 얻게 될 것"이라며 "아프리카 정부들도 중국 투자를 유인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으로 인프라 개선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정부는 현재 2조2,726억달러에 달하는 외환보유액 중 일부를 아프리카 등 저개발국들의 경제개발을 위해 사용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중국은 지난달 8일 열린 제4차 중국ㆍ아프리카 협력포럼에서 향후 3년간 양허성 차관 100억달러를 아프리카에 제공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 아프리카 국가들의 채무를 면제해주고 관세 역시 60%나 삭감했다. 여기에다 서방 국가들처럼 경제지원의 선제조건으로 민주화 등 정치적 개혁을 요구하지 않고 있어 해당국 정부도 적극 호응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판 마셜플랜이 결실을 맺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도 많다. 중국의 대규모 투자계획에 대해 일부 아프리카 정부들은 중국의 신발 및 섬유 산업이 아프리카에 진출하면 가뜩이나 허약한 자국 산업이 더욱 약화할 것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이는 중국의 궁극적 목적이 생산거점을 옮기는 것이 아닌 중국 상품에 대한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기 위해서라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또 중국의 아프리카 진출이 '새로운 식민주의'란 부정적인 시각과 일부 독재 정권을 지원하는 것이란 비판적인 견해도 만만찮다.
중국 내부여론도 부정적이다. 중국의 아프리카 생산 기지 건설은 특히 중국 내 낙후지역 고용 창출에 치명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베이징=장학만 특파원 loc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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