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문인협회가 탄생한 지 4년 만에 문예지를 묶었다. 깍뚜스. 어릴 적 따라하던 개그 프로가 떠오르는 재미난 어감의 이 단어는 뜻밖에도 멕시코 자생 선인장의 이름이었다. 김원배 회장은 창간사에서 미래가 보이지 않는 캄캄한 땅에서도 꿈을 꾸고 희망을 노래하는 것이 이민자들의 삶이고 문학인들의 정신이라고 썼다.
계획에도 없던 '번개팅'에도 넓은 식당을 다 채울 만큼 많은 회원들이 모였다. 대구탕이 끓고 소주잔이 오갔다. 누군가 일어나서 노래를 불렀다. 이렇게 먼 이역 땅에도 우리의 노래방 기계가 다 있었다. 삼촌들이 즐겨부르던 노래부터 80년대를 보내며 불렀던 노래까지, 함께 자리한 대사관의 김 홍보관은 그들의 노래를 듣다보면 언제 이민을 했는지 알 수 있다고 했다. 한국에서의 시간이 흘러가지 않은 채 노래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다. 밤이 깊었다.
문 밖을 나서 몇 발짝 걷지 않고서야 뭔가 이상하다는 걸 깨달았다. 이곳은 초행길, 머나먼 멕시코 땅이었다. 잠시 그 사실을 깜빡 잊었던 것이다. 그 새벽에 깍뚜스를 읽었다. 글도 글쓴이들의 프로필도 다양했다. 한국에서라면 어울리지 않았을지도 모를 이들이 이곳에서 문학으로 모였다. 모국어에 대한 갈증과 그리움. 깍뚜스. 뜻을 알고 난 뒤에도 여전히 웃음이 나는 이름. 그날 짧은 잠만큼은 그들 모두 모국어로 꿈을 꾸었을 것이다.
소설가 하성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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