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이 소비재 기업에서 인프라 지원사업(IBS, Infrastructure Support Business)중심의 중공업 기업으로의 변신을 마무리 짓기 위해 내년에 해외 발전, 건설장비 부분 집중 투자에 나선다.
지난 3월 말 취임한 박용현(66)회장은 6일 중국 산둥성 옌타이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113년 역사를 자랑하는 우리나라에서 제일 오래된 기업인 두산이 세계적인 인프라 지원 사업 기업으로 또 다른 100년을 준비할 수 있도록 초석을 다지겠다"고 밝혔다.
박 회장은 "환율 등 대내외 환경의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내년 매출은 24조원, 영업이익은 1조5,00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800명을 신규 채용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수치는 올해 매출(예상치 22조원)보다 12%, 영업이익(예상치 7,500억원)보다 무려 100% 늘어 난 것이다. 그는 또 "중공업 기업으로 변신을 통해 2020년에는 글로벌 200대 기업에 진입할 것"이라고 그룹의 장기 비전을 제시했다.
두산은 내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해외 발전, 담수 플랜트와 건설장비 분야에 공격적인 투자에 나설 방침이다. 이에 따라 올해 50%였던 해외 매출 비중이 내년 60%로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두산 측 관계자는 박 회장이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중국 옌타이에서 가진 배경도 소비재 기업에서 IBS기업으로의 '변신'에 대한 의지 표명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옌타이시는 7년 연속 중국 굴삭기 판매 1위에 오른 두산인프라코어의 현지법인이 있는 곳이다.
두산은 이런 변신을 위해 100번째 생일을 맞던 1996년 한국네슬레, 한국3M 지분을 시작으로 그룹의 상징인 OB맥주 영등포 공장까지 매각했다.
2000년 이후 한국중공업(현 두산중공업), 고려산업개발(두산건설), 대우종합기계(두산인프라코어) 등을 사들이고 도로, 항만 등 사회간접자본과 담수설비 등 에너지 사업분야로 그룹의 주력 업종을 전환했다. 지난 5월에는 지주회사로의 전환까지 마무리 지었다.
특히 최근에는 화력발전 터빈 제조 분야에서 원천기술을 보유한 체코의 스코다파워와 미국의 중소 건설장비 기업인 밥캣까지 인수했다.
스코다파워는 과거 공산권 기업 중 최고의 발전 기술을 가진 기업으로 손꼽히고 있으며 밥캣은 한때 세계 소형 건설장비 시장 점유율 40%를 자랑하는 프리미엄 브랜드 기업이다.
스코다파워 인수로 두산은 발전 플랜트 생산과 원천 기술을 동시에 갖는 기업이 됐고, 밥캣 인수로 세계 건설장비 분야에서 인지도 향상을 꽤 할 수 있게 됐다는 평가다.
박 회장은 이같은 최근의 변화를 통해 "중장기적으로 발전 및 담수 플랜트 시장에서 세계를 선도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증발식 및 역삼투압식 담수 기술을 동시에 보유하고 있고 원자력 기술 또한 독자적으로 확보하게 됐다"고 자신감을 피력했다.
그는 또 "석유 에너지 고갈로 인한 대체 에너지는 아직까지 원자력 에너지가 유일한 대안"이라며 "내년부터 본격적인 성과가 나올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투자 자금 여력과 관련해 박회장은 "올해 말까지 3조원의 현금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되며 언제든 필요한 기업에 대해 인수합병에 나서기 위해 그룹 내에 전담팀을 운영하고 있다"면서도 "최근 언급되는 국내 기업은 그 대상이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한편, 세종시와 관련해 그는"세금 혜택 등에 관한 정부 확정안이 나온 이후에 세종시로 기업 이전 문제를 검토할 것"이라며 "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를 통해 정운찬 총리와 만난 뒤 그룹내에 TF를 구성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두산그룹 창업주인 고(故) 박두병 초대회장의 4남으로 서울대병원장, 연강재단 이사장, 두산건설 회장 등을 역임했다.
옌타이(중국)=송태희 기자 bigsmil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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