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노조, 전임자 임금문제의 해법을 마련하기 위한 노사정 협상이 4일 전격적으로 타결된 데 대해 한 노동전문가는 "한국노총과 경영자총협회의 결혼식에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주례를 섰다"고 표현했다. 강경 입장이던 민주노총과 임태희 노동부 장관이 협상에서 빠지고, 대신 안 원내대표가 적극적인 중재 역할을 했기 때문에 타결이 가능했다는 설명이다.
협상은 우여곡절의 연속이었다. 한국노총이 10월8일 민주노총, 경총, 대한상의, 노동부, 노사정위원회가 참여하는 6자회의를 제안해 같은 달 29일 첫 대표자회의가 열렸다. 이후 9차례 회의를 더 열었지만 협상은 원론적인 수준에서 좀체 벗어나지 못했다. 정부는 "법대로, 원칙대로 내년부터 시행해야 한다"며 압박했고, 양 노총은 "법 시행이라는 전제를 버리고 원점에서 논의를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맞섰다. 임 장관이 지난달 22일 끝장토론을 제안하면서 협상의 물꼬가 트이는가 싶었지만 여전히 지루한 소모전만 계속하다가 25일 맥없이 협상결렬을 선언했다.
26일 장석춘 한국노총 위원장은 "12월1일 중대결심을 발표하겠다"며 한나라당과의 정책연대 파기를 시사했다. 이에 놀란 한나라당이 중재역할을 자임하면서 분주하게 움직였고 지난달 30일 장 위원장이 복수노조 허용에서 반대로, 전임자임금 지급금지 반대에서 유예로 입장을 급선회하면서 노사정 협상의 돌파구가 마련됐다. 같은 날 안 원내대표가 장 위원장, 임 장관, 김영배 경총 부회장을 불러 "노사가 12월2일까지 합의안을 만들어 오면 정부가 수용한다"는 약속을 이끌어 내면서 노사정 합의는 민주노총을 배제한 채 사실상 합의 수순을 밟았다. 강경입장을 고수하던 정부와 민주노총이 빠지고 그간 유연한 입장을 보이던 한국노총과 경총간 담판으로 협상구도가 압축됐기 때문이다. 민주노총은 "밀실 야합"이라며 반발했지만 더 이상 협상에 끼어들 여지가 없었다.
하지만 막판 절충은 쉽지 않았다. 노사는 복수노조를 3년 유예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지만 전임자 임금금지를 놓고 팽팽한 줄다리기를 계속했다. 정부도 물밑에서 한국노총, 경총과 이견을 절충해 나갔다.
이에 2일로 예정된 협상시한이 3일로, 다시 4일로 늦춰졌다. 장 위원장은 2일과 3일 임 장관, 이수영 경총회장과의 협상 도중 자리를 박차고 나가기도 했다. 이에 안 대표는 "합의가 도출되지 않더라도 당이 독자적으로 법안을 내겠다"며 노사를 계속 압박했고, 당내 의원들은 임 장관을 수시로 불러 "정부가 원칙만 고집하지 마라"며 노사정 합의를 종용하며 지원사격을 했다.
4일 오전 안 대표는 "합의가 임박했다"며 분위기를 띄웠고, 마침내 이날 오후 기나긴 산통이 끝났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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