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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과 나눔-희망이 곁에 있습니다] <78> '결혼해요 우리'…김정후-마호춘호아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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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과 나눔-희망이 곁에 있습니다] <78> '결혼해요 우리'…김정후-마호춘호아 부부

입력
2009.12.04 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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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이에게는 자연스럽게 겪게 되는 삶의 한 과정이건만 김정후(34)ㆍ마호춘호아(26)씨 부부에게 결혼 예식이란 '이룰 수 없는 꿈'과 같은 일이었다. 3월에 처음 맞선을 통해 만나 8월부터 부부의 연을 맺은 두 사람은 지난 10월 31일 서울YWCA회관에서 다른 네 쌍의 부부와 합동결혼식을 올렸다. 죽 전문점 본죽의 사회복지법인 본사랑재단이 지원한 취약계층 결혼 지원 사업 '결혼해요 우리' 행사 덕분이었다.

때늦은 결혼식 소감을 묻자 남편 김씨는 "와~"하는 감탄사만 연방 내뱉었다. "지금 제가 일하고 있는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의 팀장님이 본사랑재단의 결혼식 지원 행사를 소개하며 신청해 보라고 했을 때 처음 드는 생각은 '내 인생에 과연 이런 행운이 올까' 하는 거였어요. 그래서 처음에 뽑힌 세 쌍 안에 못 들었을 때도 전혀 실망하지 않았죠. 오히려 두 쌍을 추가하면서 저희 부부도 뽑혔다는 말을 듣고 정말 믿기지가 않았어요. 재단을 직접 방문해 임원분들을 만나 본 후에야 실감이 나기 시작했죠."

그는 1,000만원이 넘게 드는 결혼식 비용이 부담스럽거니와 일가친지 앞에서 결혼 서약을 하는 행운이 자신에게는 실제로 일어나지 않을 것만 같았다고 했다. "본죽이 꿈을 이뤄줬다"는 말도 수차례나 반복했다.

결혼까지 이른 두 남녀의 사연이 특별하지 않은 경우가 있을까 싶지만 이들 부부의 성혼 스토리는 남다른 인생 여정 속에 이뤄진 것이어서 서로에게 애틋함으로 다가온다.

남편 김씨는 왼쪽 눈에 장애가 있는 5급 시각장애인이다. 9살 때 3층 건물에서 떨어지는 사고를 당한 이후 뇌손상을 입어 식물인간 상태에서 6개월 만에 깨어났다. 이후 약간의 신경과민 행동과 시력장애, 지적 장애를 앓게 됐다.

후천적으로 장애를 갖게 되면서 비장애인과 어울려 살아야만 다시 일어설 수 있다고 생각했던 김씨는 초ㆍ중ㆍ고교 시절을 모두 특수학교가 아닌 일반학교에서 보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친구 한 명 없이 외롭게 생활해 온 그에게 결혼은 생존과 직결된 절박한 문제였다.

"결혼은 꼭 한 번 해 보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부모님의 건강이 급격히 나빠져 올해 초부터 국제결혼 관련 업체를 찾아 다니며 구체적으로 결혼을 준비하기 시작했습니다. 보통의 한국 여성들이 저를 좋아할 리는 만무하고, 또 일반적인 30대보다 정신연령이 떨어지는 제가 외국인 신부의 독립적인 한국 생활을 도와줄 수도 없다고 생각했죠. 결국은 부모님이 살아계실 때 결혼을 해야만 저도, 미래의 제 색시도 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죠."

함께 일하던 2급 시각장애 여성에게 사귀자고 제안했으나 "장애인은 싫다"는 이유로 거절 당한 경험도 국제결혼 결심의 결정적 배경이 됐다. 그렇게 찾은 중국 하얼빈에서 지난 3월 세 번의 맞선 끝에 8살 어린 지금의 아내 마호춘호아씨를 만났다. 사진관에서 찍은 약식 웨딩사진으로 약혼식을 대신했고 8월이 돼서야 아내가 한국으로 왔다.

남편은 착한 심성을 보고 아내를 선택했고, 아내는 남편의 믿음 때문에 결혼을 결심했다. 5년간이나 편찮은 할머니를 수발했다는 20대 여성의 자기소개서를 읽은 김씨에게 조금은 마음에 들지 않는 첫인상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조금이라도 더 행복한 생활을 간절히 바랐던 마호춘호아씨 역시 중국에 온 김씨가 좋은 사람이라는 강한 믿음이 들었다고 한다.

그렇게 어렵게 만난 두 사람은 어려운 환경 속에서 정식으로 결혼식까지 올린 지금, 전에 없던 긍정적인 에너지를 얻는다고 했다. 김씨는 지쳐 쓰러지는 한이 있더라도 열심히 일해야 먼 타국까지 와서 고생하는 아내가 더 행복해 질 수 있다고 믿는다. 아직은 한국어로 의사 소통하는 것이 어려워 묵묵히 남편의 말을 듣던 아내는 "너무 행복한 결혼식이었다"며 함박 웃음을 지어 보였다. 남편과 시부모님에 대한 믿음과 신뢰가 있었기에 결혼 예식을 생략하는 것쯤이야 별 문제는 아니라고 여겼지만 20대 여성인 그로서는 조금은 서운한 마음이 있던 것도 사실이었다.

특히 아내는 다른 네 쌍의 부부와 함께 간 신혼여행이 무척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나만 빼고 모두 한국 사람이었지만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다같이 어울려 식사도 하고 시간을 보내면서 내가 중국사람이라는 것도 잊은 채 즐겁게 보낼 수 있었어요. 또 남편과 사진도 찍고 장난도 치면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나니 안정감이 생기고 진짜로 한 가정을 이뤘다는 생각이 들어 더욱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는 이제 한국어 공부에 매진하는 일만 남았다고 했다. 남편에게서 한국 문화를 직접 듣고 싶고, 무엇보다 시부모님과 많은 대화를 나누고 싶어서다.

이야기를 시작한지 대략 2시간쯤 흘렀을까. 남편 김씨는 돌연 기자의 결혼 여부를 물었다."직접 해보지 않고는 결혼의 기쁨을 알 수 없다니까요. 부족함이 많아 늘 외톨이로 지내야 했던 저의 유일한 친구는 음악이었어요. 그런데 요즘은 그 좋아하던 노래를 전혀 안 듣는다니까요."(웃음)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 본죽의 사회공헌 활동

본죽의 사회공헌활동은 지난 6월 사회복지법인 본사랑재단 설립 이후 본격화했다. 김철호 본죽 대표의 아내인 최복이 본 브랜드 연구소장이 이사장을 맡고 있다. 본죽의 경영 상태가 안정권에 접어들면서 지난 3년 전부터 계획됐고 올해 3월 보건복지부의 재단설립 허가를 받았다.

본사랑재단은 배움과 나눔, 섬김의 세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지원 사업은 사회 취약계층의 결혼을 지원하는 '결혼해요 우리'.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인해 결혼식을 올리지 못하고 사는 부부들을 위해 준비와 진행, 신혼여행까지 맡아 예식을 올릴 수 있게 돕는 행사다.

누구에게나 결혼식은 평생의 소중한 기억으로 남기 때문에 때로 삶에 닥치는 어려움을 극복할 동력까지 제공해 준다는 판단에서 마련됐다. 다문화 가정 역시 이 사업의 주요 대상이 된다. 결혼 이민자의 한국사회 정착에 도움을 주고자 하는 의지가 담겨 있다. 10월 31일 다섯 쌍을 선발해 그 첫 행사를 마쳤으며 앞으로 매년 규모를 확대, 결혼지원사업을 이어갈 예정이다.

이와 함께 본사랑재단에서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사업은 결식아동과 청소년을 위한 죽 지원활동이다. 8월 말부터 서울YMCA 청소년쉼터 등 45개 기관에 1,260인분의 죽을 제공했다. 특히 청소년 문제에 큰 관심을 갖고 있는 본사랑재단은 '재능 장학기금'이라는 이름으로 특별한 장기가 있는 '재능 장학생' 50명에게 100만원씩 장학금을 수여한다. 현재 그 첫 대상자들을 선발 중이며 내년 1월 22일에 수여식을 갖는다. 또 다문화가정 아동ㆍ청소년 장학기금도 별도로 마련, 대상자를 선정해 같은 날 전달할 예정이다.

그밖에 본사랑재단은 문화 지원에도 상당한 투자를 하고 있다. 지난 10월 24일에는 갤러리 카페 '본사랑 미술관'을 열어 실력 있는 무명 작가들의 전시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수익금은 재단의 기금으로 쓰이게 된다.

지난달 아프가니스탄을 돕자는 취지로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서 열린 사진전 '원더풀 아프가니스탄'에도 본사랑재단은 후원사로 참여했다. 당시 이 행사의 홍보대사 자격으로 방한한 전쟁고아 '제바'양의 한국 내 거취를 재단측이 책임지기도 했다.

최복이 이사장은 "본사랑의 활동은 일방적으로 베푼다는 의미를 넘어 서로 섬기고 나누며 배우는 선한 이웃사랑을 지향한다"며 "우리 재단의 활동을 통해 나눔의 의지는 있지만 바쁜 일상 때문에 실천하지 못하는 이들도 돕고 사는 삶에 동참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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