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전통 법제사(法制史)의 유일한 공식 유권해석서인 '경국대전주해(經國大典註解)'를 완역한 <역주 경국대전주해> (한국법제연구원 발행)가 출간됐다. 역주>
'경국대전주해'는 조선의 기본 법전인 경국대전이 시행(1485)되고 70년이 지난 1555년(명종 10년) 간행된 법령 해석집이자 유권해석집. 30개 항목에 걸쳐 법 집행에 따른 모순, 유교 이념의 실천에 따른 법 해석 문제 등을 다룬 전집(前集), 189개 항목으로 법률, 관제, 문물 등의 용어를 해설한 후집(後集)으로 나뉜다. 1960년대에 전집이 번역된 적은 있지만 후집을 포함한 전체가 한글로 번역되기는 처음이다.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정긍식 교수가 중심이 돼 2년여 동안 번역을 진행했다.
책을 낸 한국법제연구원은 "당대의 문제를 정치 논리가 아닌 법적 논리로 풀려고 한 조선인의 노고가 녹아 있는 책으로, 대명률(大明律)을 기반으로 한 조선의 법률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적용됐는지를 보여주는 판례집 역할을 할 것"이라고 완역의 의미를 설명했다. 예컨대 경국대전에 규정된 '당상관으로 승진할 수 있는 자'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 '서자(庶子)'나 '자손(子孫)' 같은 모호한 용어의 범주를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지 등에 대한 16세기의 유권해석을 살펴볼 수 있다.
정긍식 교수는 "경국대전 시행 후 수십년이 흐르면서 연산군 시대를 거치고 유교 사회의 진전이 이뤄지는 등의 변화가 있었는데, '경국대전주해'에서 이런 법제의 파괴와 회복에 따른 변화가 사회질서에 미치는 영향을 제도적으로 해결하려는 의지를 엿볼 수 있다"고 말했다.
유상호 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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