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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삼진 아웃제 '막장 예능방송' 해결책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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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삼진 아웃제 '막장 예능방송' 해결책 될까

입력
2009.12.04 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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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2 TV '미녀들의 수다'의 '루저' 발언 파문을 계기로 막말 방송에 대한 규제 요구가 거세다. KBS는 이와 관련해 막말 방송과 무분별한 자막 처리에 대한 새 제작 가이드라인을 마련, 시행에 들어갔다. 하지만 만연해 있는 방송의 막말,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자막 처리를 어떻게 규제할 것인지 그 실효성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KBS 새 제작 가이드라인 마련

KBS가 마련한 '방송의 소재 및 표현에 관한 예능프로그램 제작 가이드라인'은 크게 세 가지로 구분된다. 우선 ▦특정 은밀한 신체 부위에 대한 세밀한 묘사 ▦미신, 소문, 비과학적 사실 등 사실관계가 모호하거나 타인의 명예에 영향을 미치는 소재 ▦배설물, 욕설 등 민망한 소재 ▦간접 광고 및 홍보의 가능성이 있는 소재 ▦과도한 출연자들 간의 사적 방담 ▦기타 방송 품위를 현저히 떨어뜨리는 소재 등 방송 소재의 선택과 표현에 관한 규정이다.

두번째는 방송 언어 및 자막과 관련된 내용으로 ▦출연자 간 지나친 인신공격적 표현, 비하 금지 ▦비속어와 은어, 인터넷 조어 등의 자막 표기 자제 등에 관한 내용이다.

세번째는 방송통신위원회나 KBS의 자체 심의를 통해 3차례 이상 상습적인 막말과 비속어를 사용하는 출연자는 프로그램에서 퇴출시키는 이른바 '삼진 아웃제' 도입이다.

한 방송 관계자는 "사후약방문이지만 뒤늦게라도 가이드라인을 정해 막말 방송을 규제하려는 시도는 환영할 만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새 가이드라인이 얼마나 실효성 있게 운영될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먼저 막말의 기준이 무엇인가 하는 문제다. '세밀한' '과도한' '현저히' 등의 표현으로 가이드라인에 제시된 기준이 모호한데다, 모든 프로그램의 내용을 사전에 모니터링하기도 사실상 어렵다. 세 번 이상 막말 발언으로 문제가 된 출연자를 퇴출하겠다지만 루저 발언의 출연자처럼 일회성 출연자나 일반인의 경우 가이드라인을 적용하는 것 자체가 의미가 없다는 지적이다.

남발되는 자막, 시청자 혼란시켜

자막 문제도 골칫거리다. 예능프로그램에서는 자극적인 자막이 갈수록 넘쳐나는데, 표기 오류부터 제작진의 주관이 담긴 자막, 비속어와 인터넷 조어 등이 여과 없이 전파를 타면서 시청자들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

예를 들어 '이 사람한테 뭍어 가는 느낌'이라는 자막에서 '뭍어'는 '묻어'의 오기이고, '혈혈단신'이 '홀홀단신'으로, '한숨 쉬지 마라'가 '한숨 쉬지 말아'로 자막이 나오는 등 우리말 표기의 기본부터 지켜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한 예능프로그램은 강원 영월군의 명소 청령포를 '청룡포'로 잘못 자막을 내보내 방송 도중 사과문을 올리기도 했다. 한 출연자가 땀을 뻘뻘 흘리며 춤을 추는 장면에서 '뭘 해도 주책 맞고 어설프다'는 주관적인 내용의 자막이 나가기도 했다.

개그맨 전유성은 최근 한 케이블방송 예능프로그램에서 "자막은 가끔 결정적일 때에만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너무 많은 자막은 상상력 파괴의 원인"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지상파방송 3사는 물론 케이블TV에서도 비속어와 인터넷 조어 자막은 남발되고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최근 무분별한 외래어나 비속어 등의 막말 사용과 관련, 방송언어 순화를 위한 개선방안을 모색하는 제2기 방송언어특별위원회를 구성했다. 위원회 관계자는 "부적절한 방송언어에 대한 모니터링을 지속적으로 실시해 심의규정 위반 사항에 대해서는 엄격히 제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윤석진 충남대 국문과 교수는 "기존에도 방송국의 자체 심의실 등 막말 방송의 규제장치가 있는데도 이를 제대로 운영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KBS의 새 가이드라인은 보여주기 식 전시행정에 불과하다"며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제작 방향에서 벗어나 누가 보더라도 공감할 수 있는 상식 선에서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종한 기자 tel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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