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률 전 국세청장의 그림 로비 의혹이 조금씩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 논란이 된 그림'학동 마을'은 한씨가 국세청 차장 시절 부하 직원을 시켜 매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이 그림을 2007년 3월 당시 전군표 국세청장 부부와의 식사 자리에서 한씨 부인이 전씨 부인에게 준 것으로 밝혀졌다."그림을 본 적도, 로비에 쓴 적도 없다"는 한씨의 최근 미국 기자회견 내용과 전혀 다르다.
그림을 팔고 산 갤러리 측과 부하 직원의 진술, 검찰의 강제소환 검토 등 객관적 진술과 정황을 종합할 때 한씨의 주장은 더 이상 믿을 수 없게 됐다. 게다가 한씨를 둘러싼 의혹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국세청장 시절 그는 권력 실세 주변인사들과 골프를 치거나 식사를 하면서 인사 로비를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현 정부 출범 직전 청장 유임을 노리고 정권 실세에게 10억 원을 주려 했다는 의혹과, 세무조사와 관련해 기업에서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도 있다.
한씨 자신은 부인하고 있지만 미술품 강매 혐의로 구속된 안원구 국세청 국장은 이 같은 의혹의 구체적 내용을 문건으로 정리해 공개했다. 여기에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로 이어진 태광실업 세무조사도 한씨가 청장 자리 보전을 위해 기획한 것이라는 설도 분분한 상태다.
한씨는 직전 국세청장으로서 이런 의혹에 대해 명쾌하게 해명해야 할 책임과 의무가 있다. 유학을 핑계로 귀국을 계속 거부한다면 그것은 세간의 의혹을 시인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기자회견 내용대로 떳떳하다면 스스로 돌아와 검찰 조사를 받지 못할 이유가 없다. 더 이상의 장외 공방은 정치적 의도에 대한 의심만 키울 뿐이다.
국세청을 위해서라도 한상률 전 청장은 자진 귀국해야 한다. 귀국 거부는 새 수장과 함께 환골탈태의 의지로 변화와 개혁을 추진해 나가려는 국세청의 발목을 잡고 수많은 후배 공무원들에게 낭패감만 안겨줄 뿐이다. 국세청이 부끄러운 과거를 털고 국민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현명한 판단을 내리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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