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감기에 걸린 것도 아닌데 목소리가 자주 잠기는 사람이 있다. 특별한 통증 없이 이런 증상이 2주일 이상 지속된다면 목소리 과용으로 인한 음성피로증후군이나 성대결절 성대폴립 등과 같은 목질환을 의심해 봐야 한다.
성대는 목 양쪽에 있는 2㎝ 내외의 발성기관이다. 말할 때 양쪽 성대가 접촉해 진동하면서 소리가 나는데 보통 1초에 150~250회 정도 진동한다. 그러나 노래를 부르거나 고함칠 때는 1초에 수천 회 이상 초고속으로 떨린다. 이 같은 초고속 진동은 성대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이 경우 목의 통증, 뭔가 걸린 듯한 답답한 느낌, 헛기침, 목 잠김 등 음성피로증후군이 생기게 된다. 이럴 때에는 목을 아끼는 것이 최선이다. 긴장된 성대근육을 이완하는 약물을 쓰거나 손가락으로 성대 주변 근육을 푸는 후두마사지도 도움이 된다.
또한 목소리 이상을 일으키는 목질환으로는 성대결절과 성대폴립이 있다. 성대결절은 성대를 과도하게 사용해 성대에 굳은살이 생긴 질환이다. 굳은살이 성대의 깨끗한 접촉과 진동을 방해해 거친 소리가 난다. 평소에는 목이 아프지 않고 음식 먹을 때도 별 문제가 없지만 쉰 목소리가 계속 나고 높은 음을 낼 때 음성이 갈라진다. 또한 목이 건조하고 목이 잘 잠겨 말하기도 어렵게 된다.
성대폴립은 성대가 갑자기 심하게 진동할 때 성대 안쪽의 모세혈관이 파열돼 물혹(폴립)이 생기는 목질환이다. 성대결절처럼 쉰 목소리가 주 증상이지만 성대결절과 달리 한 번만 고함쳐도 생길 수 있다.
성대결절이나 성대폴립 모두 목소리는 이상하지만 특별히 아프지 않아 대수롭지 않게 여기기 쉽다. 하지만 이 질환에 걸린 상태에서 노래하거나 고함치는 등 목을 무리하게 사용하면 증상이 악화해 치료하기 힘들 수 있다.
다른 부위의 굳은살도 쉬면 자연히 사라지듯 성대결절도 목을 쓰지 않으면 호전된다. 하지만 목을 계속 과도하게 사용하거나 잘못 사용하면 재발하기 쉽다. 초기 성대결절은 잘못된 발성 습관을 교정(음성치료)하고, 성대를 부드럽게 하는 약을 써서 치료한다. 비수술 치료가 효과가 없거나 약이 듣지 않으면 굳은살제거수술을 해야 한다. 성대폴립의 경우 물혹제거수술을 하는 것이 좋다. 방치하면 물혹이 점점 커져 목소리가 점점 악화하고 호흡곤란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 질환을 예방하려면 목소리를 무리하게 내지 말고 물을 충분히 마셔야 한다. 물을 충분히 마시면 성대 윤활유가 원활히 분비돼 과도한 성대의 떨림을 막는다. 술 담배는 성대를 건조하게 해 성대질환 위험을 높이므로 삼가야 한다. 성대가 건조한 상태에서 말하는 것은 엔진 오일이 없는 상태에서 엔진을 가동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밖에 잠들기 전에 폭식하거나 기름기 많은 음식, 청량ㆍ카페인 음료를 드는 것도 삼가야 한다.
김형태 예송이비인후과 음성센터 원장은 "성대질환은 종류가 매우 다양하고 질환에 따라 치료법도 다르므로 목소리가 2주일 이상 이상하다면 병원을 찾아 정밀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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