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자민당 정권이 존재를 부정해왔던 미일 밀약이 하토야마(鳩山) 정부 출범 이후 잇따라 사실로 확인되고 있다.
1972년 오키나와(沖繩)의 일본 반환 당시 미일 협상의 일본측 실무책임자였던 요시노 분로쿠(吉野文六ㆍ91) 당시 외무성 아메리카 담당국장은 1일 도쿄(東京)지방재판소에 증인으로 출석, 밀약의 존재를 처음으로 법정에서 인정했다. 이 소송은 미 공문서를 근거로 당시 일본 정부가 미국측이 지불해야 할 비용을 대신 부담토록 한 밀약의 존재를 인정하고 관련 문서를 공개하라며 전 마이니치(每日)신문 기자 등이 제기한 것이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요시노 전 국장은 당시 미군용지 원상회복 보상비 400만 달러와 라디오방송 '미국의 소리(VOA)' 중계국 이전 비용 1,600만 달러를 일본이 대신 부담토록 한 미 공문서의 서명이 자신의 것임을 인정하면서 "미국과 (밀약)문서를 교환했다"고 말했다. 밀약의 배경에 대해서는 "(베트남전쟁 등으로)미국의 재정이 나빠져 지불이 곤란한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반환 당시 외무성 기밀 누설 관련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서 밀약의 존재를 부인했던 요시노 전 국장은 재판 후 기자회견에서 "역사왜곡은 마이너스"라며 "사실을 국민에게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앞서 일본 외무성은 지난달 핵무기를 탑재한 미 군함ㆍ항공기의 일본 기항ㆍ통과를 묵인하는 미일 밀약의 존재를 확인했다. 핵무기의 제조, 보유, 반입을 금지하는 '비핵3원칙'과 배치되는 이 밀약 역시 자민당 정권은 존재를 부정해왔다
도쿄=김범수 특파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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