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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대통령과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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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대통령과 역사

입력
2009.12.02 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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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월 초, 노무현 대통령은 긴급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직전에 정치권을 향해 4년 단임을 골자로 하는 원 포인트 개헌을 제안한 것이 분분한 해석과 논란을 빚자 자신의 생각을 좀더 분명하게 전하려고 마련한 자리였다. 그는 개헌추진 배경에 대해 "이걸 안하고 넘겨 버린다면 제 임기 중에 해야 할 일을 마무리하지 않는 것"이라며 "설사 실패해도 제 역사적 책무를 다한 것이라고 생각해서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언론은 그가 반대 속에서도 꼭 필요한 일을 했다는 후대의 평가에 더 큰 무게를 두겠다는 의지로 해석했다.

▦ 기록을 더 뒤져보면 노 대통령은 정략적 카드라고 몰아붙이는 한나라당과 보수언론에 대해 "노무현이 하니까 반대하는 것"이라고 비판하고"이번 개헌 제안은 저에게 해당되는 게 아무것도 없다"고 순수성을 강조했다. 부동산과 민생문제 한미 FTA 등 산적한 현안을 제쳐둔 채 불필요한 논란을 만든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아무리 바빠도 부동산 교육 민생 관련 일정을 취소하거나 미룬 적이 한 번도 없다"고 반박하며 "지금은 멀티 태스킹(multi-tasking) 시대"라고 말했다. 현안이 많다고 해야 할 역사적 책무를 피해가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 사안은 다르지만 몇몇 단어만 바꾸면 요즘 이명박 대통령이 하는 말도 이런 패턴을 그대로 빼닮았다. 세종시 문제의 경우 그는 "나를 아끼는 사람들은 '임기 중에 부처를 옮길 것도 아닌데 왜 골치 아픈 문제를 꺼내 손해보느냐'고 만류한다"며 "하지만 잘못된 것을 바로잡으라고 국민들이 나를 뽑아줬는데 (원안을 방치하면) 저는 역사에 떳떳하지 못했다는 소리를 들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새해예산 처리, 노동개혁 입법, 교육개혁, 남북관계 등 당면한 사회적 의제가 넘쳐나는데도 새로운 의제를 끊임없이 던지는 방식도 비슷하다.

▦ 박선규 청와대 대변인은 엊그제 "이 대통령이 최근 '역사에 부끄럽지 않기를'등의 표현을 자주 쓴다"며 "국가 백년대계를 위한 주요 정책은 당장 욕을 먹고 비난을 받더라도 원칙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미"라고 전했다. 세종시, 4대강, 개헌, 행정체계 개편 등 청와대가 불도저처럼 밀어내는'메가 프로젝트' 홍수에 정치권은 비명을 지르지만, 멀티 태스킹 시대의 역사적 소명에 눈뜬 국가 지도자로서 책임을 포기할 수 없다는 뜻이겠다.'이명박이 하니까 반대하는'세력이 미미한 것도 큰 힘이다. 높은 곳에서 보면 역사가 유달리 잘 보이는가 보다.

이유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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