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출자 이윤택씨는 "무지 재미있다"고 운을 뗐다. "내 스타일을 접고, 역사적인 명동극장과 한국 연극을 위해 만든 헌정의 무대"라고 했다. 엄정한 무대 양식을 벗어나 16세기 르네상스 시대의 낭만성을 회복한 셰익스피어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대본은 그대로다. 문제는 상상력과 풍성한 시청각적 이미지다.
26일 명동예술극장. 오현경, 윤석화, 한명구 등 배우진이 함께 한 '베니스의 상인' 기자간담회는 참석자들이 그 말에 주석을 다는 자리였다. 명동예술극장 개관기념공연 시리즈 제3편으로 선택된 작품이다.
간특한 수전노로만 각인돼 있는 샤일록 역의 오현경(74)씨는 "37년 만에 역시 셰익스피어의 작품으로, 다시 이곳에 서게 돼 감회 무량하다"며 "인간미 있고 우스꽝스러운 샤일록을 기대해 달라"고 했다. 연출자 이씨에 의하면 새 해석에 의해 가장 많이 "뒤집힌" 인물이다.
포샤 역의 윤석화씨는 "여성성이 권력을 지향할 때 벌어지는 양상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며 "꿈의 무대에 처음으로 서게 됐다는 기대로 가득 차 있다"고 말했다. 연출자 이씨는 그에게서 '폭발적 수다'를 즐기라고 했다. 극단 목화에서 잔뼈가 굵은 중견 한명구씨는 "백수 한량이자 시적 직관력을 가진 로맨티스트 바사니오를 기대해 달라"고 말했다. 재판장으로 특별 출연하는 김길호(78)씨는 "차범석 선생이 18세이던 나를 데뷔시켜준 작품"이라며 "혁명적 연출의 이윤택씨와 작업할 수 있게 돼 영광"이라고 말했다.
무대는 셰익스피어의 생시 유행했던 경가극(델 아르테)의 풍성함을 되살리는 자리이기도 하다. 운문적 대사로 원전의 맛을 살리고, 텍스트에 등장하는 다양한 춤곡은 신디사이저 등으로 들려준다.
또 극장 앞 야외무대에서는 즉석 스탠딩 공연도 펼쳐 무대의 축제성을 연말 분위기로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공연 기간 중 매주 수요일 정오에는 연출자 이씨, 법학자 박홍규 영남대 교수, 영문학자 변창구 서울대 교수 등의 강연도 열린다. 12월 11일부터 내년 1월 3일까지(화 목 금 오후 7시30분, 수 토 일 오후 3시). 문의 1644-2003
장병욱기자 aj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