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어난 이미지 관리를 통해 국민의 사고 틀을 형성하는, 이른바 프레임 장악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대선 승리 요인으로 꼽히곤 했다. 선거 운동 당시 변화와 담대한 희망을 실현할 리더의 이미지로 젊은 유권자와 언론의 호감을 얻었지만 최근 들어 오바마의 자기 관리 능력이 위기에 봉착했다는 지적이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미 인터넷 정치전문사이트 폴리티코는 30일 "오바마의 기존 이미지에 해가 되는 반 오바마 프레임들이 점차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대표적인 반 오바마 프레임은 세금 낭비다. 보드게임 '부루마블'에서 가짜 돈을 펑펑 쓰듯 오바마가 은행, 자동차 산업 구제를 위한 1조 달러 이상의 재정지출을 하고 있다는 게 반 오마바측의 논리다. 정부의 구제금융이 금융위기 악화를 막았다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부정적 여론이 적지 않은 데 대해 폴리티코는 "중산층의 상실감을 이해하지 못했고 구제금융의 필요성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 탓"이라고 분석했다.
'오바마는 만만한 사람'이라는 평가도 확대되고 있다. 지난 여름 오바마는 건강보험 관련 표결을 앞두고 민주당 의원들에게 휴가 연기를 요청했으나 아무도 말을 듣지 않았다. 국제무대에서는 더 심하다. 이스라엘 정부에 대한 정착촌 건설 동결 요구는 무시됐고 최근 아시아 순방에서는 일왕에 대한 지나치게 공손한 태도, 중국과의 협상 실패 등으로 비난을 받고 있다.
언론과의 잦은 인터뷰 탓에 노출광이라는 이미지도 굳어지고 있다. 오바마는 스포츠전문 케이블방송 ESPN과의 인터뷰에서는 스포츠에 대한 애정을, 건강잡지인 맨스헬스에서는 건강관리 비법을,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는 결혼 생활을 털어놓는 등 매체 성격에 상관없이 인터뷰에 응해왔다.
오바마는 요즘 공상과학물 '스타트렉'의 스포크 부선장으로 언론에 등장하는 경향이 있다. 극중에서 스포크 부선장은 감정의 변화 없이 논리적인 분석을 제시하는 인물로 최근 NYT의 모린 다우드, 워싱턴포스트의 조엘 아첸바흐 등 유명 칼럼니스트들이 잇따라 오바마를 스포크에 비유했다. 논리만 정연하다는 낙인이다. 폴리티코는 "오바마의 결정은 추상적이며 구체적인 현실과 유리됐다"며 "아프간 전략을 발표하는 1일 연설의 성공 여부는 논리보다는 얼마나 솔직하게 감정에 호소하는지에 달렸다"고 말했다.
최지향 기자 jh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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