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한국 시집 온 중국 동포, 중국 사법고시에 합격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한국 시집 온 중국 동포, 중국 사법고시에 합격

입력
2009.12.01 00:35
0 0

중국에서 전남 광양으로 시집온 동포 며느리가 중국 사법시험에 합격해 화제다.

주인공은 광양읍에 있는 남문세탁소 집 외동며느리 이금산(28ㆍ사진)씨. 그는 올해 9월 무려 35만명이 응시한 중국 사법고시에 도전해 당당히 합격했다.

"정말 믿어지지가 않아요. 어떨떨 해요. 호호호~."

중국에서 날아온 최종 합격통지서를 받은 지 벌써 열흘 가까이 됐지만 이씨는 여전히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중국 하얼빈 출신인 이씨가 한국과 인연을 맺은 것은 2004년. "경제 전문변호사가 되겠다"는 꿈을 이루기 위해 텐진(天津)재경대학교 경제법과를 졸업한 후 그곳에 진출해 있던 한국의 전자회사에 입사했다. 외국계 회사에 다니면서 사시 공부를 하면 나중에 변호사 생활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때문이었다.

그러나 일과 공부를 병행하기란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직장 동료이자 지금의 남편인 김선균(32)씨를 만나 사랑에 빠지면서 변호사의 꿈은 희미해져 갔다. 연애 시기에 법전의 글자가 보일 리 없었다. 결국 2006년 6월 두 사람은 2년의 열애 끝에 결혼식을 올렸고, 이씨도 남편을 따라 광양으로 건너왔다.

이후 세탁소를 운영하는 시부모님을 모시고 사는 한국 아줌마로 변신한 그는 2년 전부터 다시 법전을 꺼내 들었다. 어른들께 눈치가 보이기는 했지만 이대로 꿈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공부 좀 하겠다"며 조심스레 말을 꺼내는 며느리에게 시부모는 "그래, 너는 손에 물 묻히지 마라"며 화답했다.

지난해 한 차례 고배를 마셨지만 시부모님의 후원은 그치지 않았다. 올해 4월에는 아예 중국 고향으로 건너가 현지 학원에서 수강을 하며 고시공부에 매진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올해 합격한 것은 시부모님 덕분이에요. 아들(4세) 돌보기와 집안일을 생각도 말고 공부만 하라고 저를 도서관으로 내쫓았다니까요. 하하."

이씨는 고시 최종합격 후에도 도서관에서 법전과 법률서적을 파고 있다. 변호사 자격증을 받으려면 중국 현지의 변호사 사무실에서 1년간 연수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반면 판사나 검사가 되려면 사시 합격 후 별도의 공무원 시험을 거친 뒤 연수를 받아야 한다. 이씨는 이를 위해 내년 3월 남편, 아들과 함께 중국 텐진으로 떠날 예정이다.

이씨는 "변호사 임용 후에는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의 특허 출원 문제 등에 대해 자문을 해주는 경제 전문변호사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몇 년 뒤 다시 광양으로 돌아와 시부모님 모시고 효도하면서 살 것"이라며 "제 꿈을 이루게 해주신 분들이고, 저는 며느리잖아요"라고 말했다.

광양=안경호 기자 kha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