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중부 최대 항구 다낭(Da Nang)시 인근 쭝꾸엇 공단. 베트남 정부가 10년 전부터 한국의 경제발전 모델을 연구한 끝에 '울산'을 옮겨 놓겠다며 중화학 공업단지로 육성하는 곳이다.
남북길이가 1,650㎞나 되는 베트남의 정 중앙일 뿐 아니라 통킹만을 끼고 있어 수출입에 유리한 곳이다. 뛰어난 입지 때문에 두산중공업의 글로벌 전초기지인 두산비나(두산중공업의 현지 법인)도 이곳에 자리를 잡았다.
두산중공업은 5월 조성한 108만9,000㎡ 규모의 공장에서 바닷물을 담수로 바꾸는 플랜트와 각종 발전설비를 생산, 수출하고 있다.
입지가 좋다는 이유로 아픈 과거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이 곳은 베트남 전쟁의 최대 격전지였다. 특히 다낭시 인근에는 한국의 청룡부대 등이 진주, 수년간 작전을 펼쳤던 곳이다. 총성이 오가던 전쟁터가 40년이 지난 지금 베트남 경제 발전의 교두보로 변모하고 있다.
두산비나 임직원들은 지난 달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아랍에미리트 슈웨이하트에 설치할 담수증발기를 출하한 것이다. 바닷물을 가열해 나온 수증기를 응축, 담수로 만드는 플랜트의 핵심설비인 담수증발기는 높이 10.6m, 폭 29.9m, 길이 100.4m로 축구장 크기로, 하루 25만명이 사용할 대규모 시설이다. 작업 능력이라고는 전무한 근로자들이 불과 1년만에 대규모 공사를 해낼 수 있었다는 사실은 기적이나 다름없었다.
두산비나의 성공이 더욱 값진 것은 현지 인력을 최대한 채용, 철저한 현지화 작업을 한 효과가 나타났기 때문. 실제로 임직원 1,750명중 1,420명이 현지인이다.
두산비나는 대신 생산직 근로자들을 철저히 교육시키기로 하고, 공장부지에 마련된 직업훈련원에서 혹독한 훈련을 거치게 했다. 근로자들도 8주간의 기초 기능교육을 포함, 1년간 이어지는 기능훈련을 감내했다.
정종옥(51) 인재개발팀장은 "지난 해 6월부터 기술이 부족한 현지 기능인을 육성하기 위한 프로그램의 교사로 참여, 하루 4시간씩 30여명의 두산비나 소속 베트남 기능공 40여명을 가르치고 있다"며 "스승과 제자로 자연스럽게 가까워지더니 이제는 한 가족처럼 친해진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베트남에서 기술전문대를 졸업하고 두산비나에 입사한 후잉 득 끄응(25)씨는 "정 팀장의 인간적인 면모에 직원들이 더 잘 따르고 있다"고 말했다.
조봉진 두산비나 법인장은 "담수증발기가 이렇게 빨리 출하될 수 있었던 것은 현지인과의 끈끈한 정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2015년까지 현지인 3,000명을 채용, 생산규모를 7억달러 규모로 키워 명실상부한 베트남 국민기업으로 키우겠다"고 말했다.
쭝꾸엇(베트남)=송태희 기자 bigsmil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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