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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예술가의 특별한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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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예술가의 특별한 공간

입력
2009.12.01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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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들의 아틀리에가 있는 곳은 대개 주변 경관이 뛰어나다. 미를 구현하는 사람들답게 아름다운 풍광에 깃들여 살기를 꿈꾸는 까닭이다. 다른 것은 몰라도 눈으로 즐기는 호사만큼은 포기하지 않는다.

가장 아름다운 작업실을 가졌던 화가는 모네다. 세느 강변을 한참 달려야 나오는 지베르니의 작업실은 봄이면 화초가 가득하다. 아틀리에 풍경은 모네의 미술세계에 큰 영향을 미쳤다. 직접 가꾼 수련이 있는 연못은 그의 화폭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자연주의 화가 밀레와 루소는 파리 남쪽 바르비종의 오래된 농가를 아틀리에로 사용하였다. 밀레는 이곳에서 <만종> 과 <이삭줍기> 를 그렸다. 이곳 풍경은 지금도 150여 년 전이나 다름이 없다. 창작은 예술가가 머물렀던 장소와 깊은 연관이 있다. 바르비종의 들길을 걸어보면 자연을 경외하고 흙과 더불어 살아가는 소박한 농민의 삶을 즐겨 그렸던 밀레의 예술을 이해 할 수 있다.

파리에 살면서 가장 즐겨 찾았던 곳은 고흐가 생애 마지막 두 달을 살았던 오베르 쉬르 우와즈 마을이다. 고흐는 이 마을에 도착한 첫날 <오베르 교회> 를 그렸다. 그는 빛을 찾아서 하루 종일 온 마을을 돌아다녔다. 일생 단 한 번도 변변한 작업실을 가져보지 못했던 가난한 고흐에게 자연과 들판은 곧 그의 아틀리에였다. 비 오는 날도 그는 벌판에서 그림을 그렸다. 풀과 나무와 마을 사람들과 주변의 모든 것이 그림 소재였다. 오베르 들판에는 붓 한 자루를 들고 운명에 저항했던 고흐의 열정이 아우라처럼 떠돈다.

예술가의 주변 환경이 작가의 개별성은 물론 작품의 형태 생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보면 예술가의 아틀리에는 단지 작업 공간이라기보다는 창작의 근원으로 파악할 수 있다. 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예술가가 작업실을 갖는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예술가치고 작업실 때문에 서러움을 겪지 않은 사람은 없다.

예술의 나라답게 프랑스는 정부 차원에서 많은 아틀리에를 만들어 작가들에게 공급하여 왔다. 1959년부터 문화부장관 앙드레 말로의 주도로 아틀리에 지원을 비롯한 다양한 예술지원 정책이 마련되었다. 이는 프랑스 현대 미술의 전성기를 구가하는 계기가 되었다. 각 지방의 문화센터와 시의 문화부, 정부의 문화성은 모두 창작 스튜디오들을 갖고 있어서 작가가 입주 신청을 해두면 언젠가는 평생 사용할 수 있는 작업실에 입주할 수 있다. 거의 모든 프랑스 작가들은 문화성에서 마련한 아틀리에 지원의 수혜를 받는다.

프랑스에 비한다면 한국의 예술 지원이나 아틀리에 보급 등은 턱없이 부족하다. 다행스럽게도 최근 서울문화재단과 서울 시립미술관 등이 주체가 되어 젊은 작가들을 위한 아틀리에가 기존의 오래된 건물을 개조하는 방식으로 많이 건립되고 있다. 올해만 해도 서울, 경기 10여 곳에 창작 스튜디오가 이미 완공되었거나 공사를 하고 있다. 올해만큼 많은 아틀리에가 한꺼번에 지어진 적도 없다. 가히 한국 미술의 르네상스를 꿈꾸어 볼만 하다. 창작 스튜디오라는 개념 자체가 한국의 경제적 위상에 비해 너무 늦게 도입된 면도 있지만, 이제라도 아틀리에 지원책이 마련된 것은 우리 미술계의 올바른 방향 설정이라고 본다.

작가의 작업실은 작품을 만드는 공간이자 다양한 교류를 바탕으로 동시대 예술정신이 생성되는 곳이다. 지금 만들고 있는 창작 스튜디오들이 우리 시대의 예술 정신을 개성 있게 구현해 낼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전강옥 조각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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