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신을 숭배하며 찬란한 문명을 꽃피웠던 황금의 제국 잉카. 잉카제국이 서울에서 되살아난다. 안데스 고대문명부터 1532년 스페인의 침략으로 멸망한 잉카제국에 이르기까지, 페루 문명의 신비를 품고 있는 유물들이 11일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개막하는 '태양의 아들, 잉카' 전을 통해 모습을 드러낸다. 한국 박물관 개관 100주년, 한ㆍ페루 문화협정 체결 20주년을 기념하는 블록버스터급 전시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지난해부터 글로벌 테마 발굴 및 대중화를 목표로 '황금의 제국, 페르시아', '파라오와 미라' 전 등 세계문명전을 의욕적으로 개최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페루 현지에 간다고 해도 한번에 볼 수 없는 최고 수준의 유물들을 한꺼번에 만날 수 있는 기회다. 페루의 국립고고인류역사학박물관, 시판무덤박물관, 마추픽추박물관 등 9개 박물관에서 351점의 유물들을 엄선해 가져왔다.
국립중앙박물관은 1982년에도 '페루 국보' 전을 연 바 있지만, 박물관 한 곳의 유물을 빌려와 잉카 문명의 일부를 보여주는 데 그쳤다. 하지만 '태양의 아들, 잉카' 전은 안데스 문명부터 잉카 문명까지의 흐름을 총체적으로 펼쳐낸 역대 최대 규모, 최고 수준의 페루 문명 전시다. 특히 20세기 고고학에서 가장 중요한 성과의 하나로 꼽히는 '시판왕 무덤' 출토 유물은 전시의 백미다. 1987년 페루 북부의 시판 지역에서 발굴된 모체 문명기(100~700) 통치자의 피라미드 속에서 나온 황금 부장품들이다. 잉카제국(1430~1532)의 마지막 도시이자 세계문화유산인 마추픽추에서 출토된 유물 13점도 처음 국내에 온다.
전시는 문명사의 흐름을 따라간다. 기원전 3000년 무렵 안데스 고대문명의 본격적인 형성 과정을 소개하는 1부 '안데스 고대문명의 전설'에서 출발해 2부 '문명의 발전'에서 시판왕의 황금 유물을 중심으로 페루 고대문명의 다양성과 발전상을 보여준다. 3부 '황금의 제국, 잉카'는 제국을 통일한 잉카의 정치, 종교, 문화를 두루 살핀다.
1부에서 눈여겨봐야 할 유물은 페루 남부 해안에 자리했던 고대 파라카스 문명기(BC 1000~AD 200)때 미라를 쌌던 '신(神) 무늬 직물'이다. 죽은 뒤에도 삶이 이어진다고 믿었던 고대인의 관념을 반영하는 것으로, 당시의 뛰어난 직조 기술과 예술성을 입증한다.
모체 문명기 시판왕 관에서 출토된 귀걸이는 화려함과 정교함의 극치다. 병사들의 호위를 받고 있는 전사의 모습이 금과 터키석으로 장식돼있다. 금동제 펠리노 신상은 기괴한 형상으로 관심을 끈다. 사람 모습을 한 고양이인 펠리노 신은 당시 가장 널리 숭배됐던 토착신이다. 치무 문명기(1300~1470) 유물 중에는 왕관과 귀걸이, 목걸이, 가슴장식과 어깨장식까지 세트를 이룬 의장이 단연 돋보인다. 다양한 굵기와 색깔의 끈을 꼬아 정보를 기록한 잉카제국의 결승문자(結繩文字) 키푸도 반드시 챙겨봐야 한다.
최광식 국립중앙박물관장은 "우리 문화도 국제성과 개방성을 향해 가고 있는 만큼 해외 문화에 대한 이해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이번 전시는 신비한 잉카 문명을 즐기면서 인류 문명의 다양성을 실감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원 기자 edd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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