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에는 각 포지션에 따른 고유번호가 있다.
1번 포인트가드: 볼 배급을 하고 벤치의 지시를 동료들에게 전달하는 야전사령관.
2번 슈팅가드: 볼 배급을 도우면서 공격에도 가담하는 소총수.
3번 스몰포워드: 득점에 주력하는 전문 슈터.
4번 파워포워드: 포스트와 외곽을 넘나드는 마당쇠.
5번 센터: 팀 내에서 신장이 가장 크고 힘이 뛰어난 선수로 포스트를 책임지는 기둥.
농구경기에서는 키가 큰 사람이 유리한 게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절대적이지는 않다. 5명 모두 센터로 채워진 팀이 좋은 팀이 될 수는 없는 논리다. 높이의 팀이든, 스피드의 팀이든 나름대로 1~5번의 포지션을 갖추고 있다. 그래서 농구를 다섯 손가락으로 비유한다.
농구의 5개 포지션을 크게 둘로 나누면 가드라인과 센터라인이다. 가드라인에는 1~3번이 포함돼 있으며 경기운영, 드리블, 돌파, 슈팅 등이 이들의 주된 임무다. 상대의 얼을 빼는 드리블에 이어 7, 8m짜리 3점포가 들어가면 관중석에서는 "오빠"라는 탄성이 절로 터진다.
4, 5번으로 이뤄진 센터라인은 궂은일을 도맡는다. 동료의 슈팅이 불발되면 리바운드를 잡기 위해 상대와 거친 몸싸움을 해야 한다. 또 노마크 찬스를 내주기 위해 수시로 스크린(우군의 수비선수를 막아주는 동작)도 걸어야 한다. 이따금 덩크슛으로 분위기를 달구긴 하지만 가드라인의 서커스를 연상케 하는 기술엔 비할 바가 아니다.
필자는 선수 시절 포인트가드였지만 센터가 승패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지 매우 잘 알고 있었다. 때문에 감독 시절에는 유능한 센터를 육성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고, 센터를 중심으로 경기를 풀어나갔다. 믿었던 센터들이 자기 몫을 해서 승리했을 땐 날아갈 것 같았다.
가드는 관중을 즐겁게 하고 센터는 감독을 즐겁게 한다.
최인선 (전 SKㆍ기아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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