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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신화의 조작, 신화의 붕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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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신화의 조작, 신화의 붕괴

입력
2009.12.01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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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의 인공섬, 세계 최고층 건물, 사막에 들어선 실내 스키장…

대형 인공구조물로 세계를 놀라게 한 사막의 토후국 두바이의 신화가 흔들리고 있다. 두바이 최대의 국영개발기업 두바이월드가 모라토리엄(채무지급유예)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뜨거운 모래 위에 새 역사를 쓰고 있다던 두바이가 이렇게 휘청거리는 것은 지난해 시작된 금융위기의 탓이 크다. 두바이는 막대한 해외 자본으로 세계 최고, 세계 최대 토목공사 프로젝트를 진행했는데 그 돈이 급속히 빠져나가면서 위기를 맞은 것이다. 한국도, 외국도 지금은 두바이 쇼크의 경제적 피해와 향후 파장 등을 주시하고 있다. 그런 경제적 영향을 전망하는 것 못지 않게, 설익은 두바이 신화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확산됐는지를 살피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금융위기 발발 이전까지 두바이 찬가를 너무 자주 들었기에 혼란을 느끼는 사람이 적지 않다.

두바이는 세계적 금융허브, 세계적 관광지를 표방했지만 자본, 노동력을 모두 외국에 의존했다. 따라서 둘의 외부 공급이 끊어지면 언제든 흔들릴 수 있었다. 150만명이 채 안 되는 인구, 그 인구의 90%가 외국인인 이 나라에서 저렇게 높고 큰 건물은 언제든 텅 빈 침묵의 공간이 될 수 있었다. 공급 과잉으로 실제 부동산 가격은 이미 크게 떨어졌는데 그것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말하자면 두바이는 구조적 한계가 분명한 나라였던 것이다.

그런 두바이를 기적을 이룬, 신화의 나라로 만든 일등 공신은 언론이다. 특집기사와 사설 등을 통해 두바이를 한국이 따라야 할 새로운 국가 모델로 제시했다. 우리도 두바이처럼 창조적 사고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그렇게 하지 않는다고 정부를 비판했다.

신화의 확산에는 경제인들도 가세했다. 전직 고위 경제관료와 경제학자 등은 두바이 현지를 방문하고 한국 정부에 규제 완화와 탈이데올로기 리더십을 요구하면서 한국 경제의 앞날을 걱정하기도 했다.

정치 지도자들도 동참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 전 두바이를 방문, 제2의 중동붐을 역설했다. 두바이 국왕처럼 기업인의 전화는 언제든 받겠다고 약속했고 데이비드 엘든 두바이국제금융센터기구 회장을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특별고문으로 선임했다. 자치단체장들도, 신도시 개발을 이끄는 사람들도 개발 계획을 내놓을 때마다 두바이 같은 도시를 건설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들이 두바이에서 본 것은 대규모 토목 공사와 규제 받지 않는 외국 자본의 자유로운 돈벌이였지 그 이면에 있는 엄청난 부채와 인권 침해가 아니었다. 노동조합 구성과 노동쟁의 등 기본권이 침해 받는 두바이에는 저임금에 시달리는 외국인 노동자가 많은데도, 그 나라의 화려한 겉모습에 취한 신화 창조자들은 이런 사실을 알지 못했다.

물론 두바이를 일방적으로 비판할 수만은 없을 것이다. 불리한 자연조건에 주눅들지 않고 무엇인가를 이루려는 그들의 집념을 나쁘게 볼 이유가 없다. 그렇지만 이 나라는 우리가 배우고 따라야 할 모델이 아니었다. 두바이의 사상누각 개발계획을 의심한 전문가가 많았는데도 신화 창조자들은 그런 지적에 귀를 닫았다.

긍정적 사고와 희망을 말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환상을 심어주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지난 몇 년 동안 환상 같은 두바이 신화를 만들었던 사람들, 신화가 흔들리는 지금 난감하거나 허탈하지 않을까.

박광희 문화전문기자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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