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ㆍ11 테러'를 사주한 오사마 빈 라덴에 대한 추격전이 벌어지던 2001년 말, 당시 도널드 럼스펠드 미 국방장관이 지원 요청을 거절하는 바람에 빈 라덴을 눈앞에 두고도 놓쳤다는 미 상원 보고서가 나왔다.
29일 AFP에 따르면 미 상원 외교위원회는 임박한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아프가니스탄 전쟁 증파 결정을 앞두고 <토라 보라 다시 보기: 우리는 어떻게 빈 라덴을 놓쳤고 왜 그것이 중요한가> 라는 보고서를 작성했다. 토라>
보고서에 따르면 빈 라덴이 아프간 동부 산악지역 토라 보라의 동굴에 숨어 있다는 첩보를 입수, 미군이 지원을 요청했지만 럼스펠드 전 장관이 이를 거부하면서 포획 기회를 잃었다. 보고서는 또 "미 육ㆍ해군 저격수부터 통신병까지 많은 미군이 배치돼 있었지만 출전하지 못했다"며 "대신 미군은 공습이나 숙련되지 못한 아프간 군대에 의존, 빈 라덴을 공격했다"고 밝혔다. 당시 빈 라덴은 죽음을 예감하고 유서까지 작성했다고 한다.
그러나 지원 요청 거절로 빈 라덴은 이틀 만에 유유히 탈출했다. 당시 토라 보라에 투입된 미군은 100명 미만으로 사력을 다한 빈 라덴 측을 막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이어"미군은 파키스탄 국경 쪽 탈출로의 봉쇄를 요청했지만 이 마저 좌절됐다"고 덧붙였다. 보고서에 따르면 럼스펠드 전 장관은 "너무 많은 미군 배치는 현지인들의 반감을 살 것으로 예상했다"고 변명했다.
외교위원회 존 케리 위원장은 보고서 서두에 "아프간 전쟁 목표는 빈 라덴을 죽이거나 생포하는 것이었다"며 "8년이 지난 오늘 우리는 아프간과 파키스탄에서 여전히 치명적 전쟁에 직면해 있다"고 밝혔다. 럼스펠드 전 장관의 잘못된 결정을 전쟁 장기화의 원인으로 지목한 셈이다.
이대혁 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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