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 감세'에 대한 정서적 거부감, 재정 건전성 악화에 대한 우려, 그리고 이해집단들의 강력한 반발….
국회가 정부의 세제개편안에 대한 심의에 본격 착수하면서, 한동안 잠잠 했던 첨예한 세제 공방이 다시 불 붙을 조짐이다.
29일 기획재정부와 국회에 따르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지난 주 1차 조세심사소위를 열어 입장 조율에 나선데 이어 이번 주 2회 소위를 열고 세제개편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에 들어간다.
이미 주요 쟁점들에 대해 야당은 물론 여당 내에서도 다양한 이견들이 분출되는 양상. 세출 예산이 어떻게 확정되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정부 원안이 대폭 수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소득세, 임투세액공제 원안 수정 가닥
최대 쟁점은 역시 현 정부 감세정책의 골격이랄 수 있는 소득세 및 법인세 인하다. 이중 소득세는 원안 수정이 거의 확실시되는 분위기. 과표 8,800만원 이하에 대해서는 예정대로 소득세를 인하하되, 8,800만원을 초과하는 구간에서는 세율 인하(35% →33%)를 유예하는 안이 유력하다.
혹은 예정대로 세율은 인하하되 과표 1억원 또는 1억2,000만원 초과에 대한 소득구간을 신설해 최고세율(35%)을 물리는 방안도 제기된다.
심지어 야당에서는 세율 인하를 유보하는 동시에 최고소득 구간을 신설하자는 안까지 내놓고 있는 상태. 여기에 정운찬 총리까지 소득세 인하에 대해선 부정적 입장이어서, 정부로선 소득세 인하를 일부 양보할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반면 법인세 인하(과표 2억원 이상 22% →20%)는 원안 고수 가능성이 꽤 높은 편이다. 이명박 대통령도 지난 27일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법인세가 줄면 투자에 여력이 생기고 투자를 더하게 되면 수요가 더 생겨 일자리가 생긴다"며 법인세 인하 불가피성을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임시투자세액공제의 운명에 따라 법인세 인하에도 변화 가능성은 있다. 투자액의 10%를 법인세에서 공제해주는 임투세액공제 연말 폐지에 대한 기업들의 반발이 갈수록 거세지는 상황. 국회에서도 여ㆍ야를 막론하고 ▦임투공제 일몰 연장 ▦중소기업 및 지방 기업 혜택 유지 ▦공제율 축소 등의 대안들이 줄을 잇고 있다. 문제는 재정 부담인데, 살아남는 임투세액공제의 폭이 클 경우 대신 법인세 인하폭이 다소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증세 조치도 제동 불가피
감세로 줄어든 세금을 메우기 위한 몇몇 증세 조치에도 메스가 가해질 전망이다. 대표적인 것이 부동산 양도 후 2개월 내에 신고를 하면 10% 양도세를 감면해주던 '양도세 예정신고 세액공제'폐지. 국회 기획재정위 소속 이혜훈(한나라당) 의원은 "현재로선 장담하기 힘들지만 폐지에 반대하는 의견이 많은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현재 ▦공제율 축소 ▦매매가별 차등 적용 ▦1년 유예 등 다양한 대안이 제시되고 있다. 이 제도 폐지를 통해 연간 1조원 가량 세수 추가 확보를 기대했던 정부로선 난감할 수밖에 없다.
서울 및 수도권에 3주택 이상 다주택자에 대해서 전세임대보증금에 임대소득세를 부과하겠다는 것이나, 장기주택마련저축 소득공제를 단계 폐지하겠다는 정부 방침도 "서민들에 부담이 전가된다"는 반대가 만만찮아 그대로 유지될 수 있을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에너지 소비가 많은 대형 가전제품에 대해 5% 개별소비세를 물리는 것에 대해서도 부정적 기류가 더 우세해 보인다.
이영태 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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