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의 아랍에미리트연합(UAE) 형제국인 아부다비가 얼마나 많은 양의 구제금융을 두바이에 지원할지 세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연합의 '맏형'격인 아부다비는 세계 3위 석유 생산국인 UAE에서도 매장량 95%를 점하고 있으며, 국부 펀드 평가액이 7,000억 달러에 달할 정도의 부국이다. 때문에 마음 먹기에 따라 전체 800억 달러의 채무에서 비롯된 이번 위기를 단기간에 종식시킬 수 있다. 아부다비는 이미 중앙은행과 민간은행을 통해 간접적으로 두바이에 150억 달러 지원을 마친 상태다. 따라서 조만간 아부다비로부터 '포괄적' 금융지원책이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확산되기도 했다.
하지만 27일 "두바이를 선택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아부다비의 의향이 새어나오면서 마냥 아부다비의 선처에 기댈 수 없다는 전망도 나온다. 아부다비의 '선택적 지원'방침은 이날 이뤄진 셰이크 모하메드 두바이 통치자와 UAE대통령이자 아부다비 통치자인 셰이크 칼리파의 면담을 전후해 흘러 나왔다.
영국 일간 텔레그라프와 로이터통신은 29일 아부다비 정부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아부다비는 두바이 채무를 모두 부담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사안별로 접근해 도울 방법을 찾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렇듯 아부다비의 지원규모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자칫 두바이가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할 경우 세계경제에 연쇄적인 피해가 우려되기 때문에 아부다비는 물론 다른 형제국들이 팔짱만 끼고 사태를 관망하진 않을 것이란 의견을 내놓는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9일 자에서 "많은 애널리스트들은 두바이의 석유재벌 친구들이 초대형 디폴트 사태를 막는데 적극적으로 일조할 것으로 장담한다"고 전했다.
모라토리엄(채무상환유예)을 선언한 두바이월드의 자산이 상당하기 때문에 큰 위기에 봉착할 위험이 적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FT와 더 타임스는 두바이월드가 조만간 초대형 유람선 퀸 엘리자베스 2호 등을 매각할 예정이며, 750억 달러 가치의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을 갖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두바이는 자산 매각 방안에 부정적이다. 두바이월드 관계자는 현지 일간지 알 이티하드를 통해 "경제 환경의 압박에 떠밀려 헐값에 자산을 매각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반응은 아부다비 경제에 예속될 가능성을 우려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두바이가 자산을 매각할 경우 첫 번째 협상 대상은 아부다비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아부다비가 애초에 두바이 위기를 방조한 것도 알토란 같은 두바이의 자산을 유리한 조건에서 매입하기 위함이라는 분석도 있다.
양홍주 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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