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는 학생들은 물론이고 사회를 이끄는 지식인들까지 고등학교에서 왜 미적분을 배워야 하는지에 대해 의문을 가지고 있다. 우리들 삶에 미적분이 필요한 이유를 살펴보자.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고, 모든 일에는 승부처가 있기에 그에 대한 분별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과연 지금이 승부할 시기인가를 판단하려면 전체 적 상황 파악과 함께 현재의 상황이 호전과 악화의 어느 과정에 있는지를 알아야 한다. 증권이나 부동산 투자도 경기의 전반적 흐름이 U, L, V, W의 어느 모델에 해당되는지를 알아야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보이지 않게 존재하는 대상을 잘 찾는 방법은 일상에서도 깨달을 수 있다. 홀로 낯선 지하철역 안에서 3번 출구를 찾아야 할 때, 발길 닿는 대로 가면 시행 착오의 연속이다. 먼저 축소 모델인 역 안내지도를 보고 시야에 들어오는 중간 목표들을 거쳐서 찾아가는 방법이 가장 효율적임을 경험적으로 안다.
전체 파악을 위한 축소 모델을 찾으려면 거시적 안목, 또 핵심 사안을 집중적으로 탐구하려면 미시적으로 파고드는 분석력이 우수해야 한다. 이를 위한 직접적인 방법은 거시, 미시 세계로의 점진적인 확장이며 축소모델을 통한 극대, 극소로의 여행은 간접적인 방법이다. 인공위성을 타고 지구 밖으로 향하면서 지구를 내려다보는 것은 극대 세계로의 직접적인 확장이며, 지구의 축소모델인 지구본을 원근을 달리하며 보는 작업은 간접적인 확장에 속한다.
미적분은 이공계를 위한 도구학문의 기능 외에 삶을 위한 직, 간접적 확장 능력을 키우는 데에 적합하다. 실제 극소 영역의 확장을 위해서는 미분 개념, 극대 영역의 확장에는 적분 개념이 사용된다. 또 수학에서 다루는 그래프는 한 세계와 다른 세계를 이어주는 다리 역할의 훌륭한 축소 모델이다.
간단한 예를 들어보자. 어느 전공에서건 시간 t에 대한 사안의 정도를 나타내는 관계식 y = f(t)를 생각할 수 있다. 이 경우 그래프의 개형과 특수한 점 주위에서 변화 추이를 아는 것이 경쟁력이다. 적분 개념은 곡선 전체에 대한 면적 등 거시적인 정보들을 알려준다.
반면 어떤 순간 사안의 정도, 시간에 따른 증가, 증가의 속도를 따지는 것은 미시적인 탐구다. 이를 위해 함수치 f(t)의 값이 양(음)인지, 또 그 구간에서 증가(감소)함수인지, 그래프 형태가 위로(아래로) 오목한 상태인지를 따져야 한다.
누구나 큰 안목으로 자기 인생을 조망하면서 인생을 결정적으로 좌우하는 변수들에 대한 인지력 키우기를 원한다. 이를 위해 곡선의 거시적 정보와 함께 극값처럼 미시적 정보를 다루는 미적분 학습을 인생탐구의 중간 훈련장으로 삼기를 제안한다. 미적분은 인류가 만든 가장 논리적인 세계의 하나이므로, 그 창을 통하면 삶에 필요한 능력들을 보다 가까이에서 통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생의 경쟁력은 보다 크게 보면서 핵심을 찾아 정교하게 파고드는 능력이다. 이런 능력은 모든 사람에게 매우 긴요하므로 고등학교에서 계열에 관계없이 미적분을 배울 필요가 있다. 미적분을 배우면서 학문을 통한 삶까지 함께 생각하면, 미적분이 모든 이에게 삶의 지혜를 찾는 망원경과 현미경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존 세대가 후대들의 삶을 위해서 하루 빨리 교육과정을 잘 다듬고 충실하게 이끌어줄 필요가 있다.
문권배 상명대학교 사범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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