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진정세다. 세계금융시장은 두바이 쇼크 후 패닉 상태에서 벗어나 하루 만에 급속한 안정을 되찾았다. "새로운 위기의 시작이라기 보다는 조정의 기회가 아니겠느냐"는 인식이 자리를 잡아가는 모습이다.
하지만 빚이 과도하게 많은 국가들의 부도를 알리는 첫 신호탄일 수 있다는 우려에 국제 채권시장은 큰 진통을 겪고 있고, 신흥시장 전반의 위기로 번질 수 있다는 경고도 여전하다.
두바이월드의 모라토리엄(채권상환유예) 선언 다음 날(현지시간 26일) 대폭락했던 유럽 증시는 27일 반등에 성공하며 1% 내외 상승세로 장을 마쳤다. 영국 0.99%, 독일 1.27%, 프랑스 1.15% 등. 추수감사절 휴일 뒤 열린 뉴욕증시도 장 초반 급락세에서 벗어나 1%대 중반으로 낙폭을 줄였다.
전날 충격을 반영한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선전했다는 평가다. 브라질(1.04%) 아르헨티나(1.46%) 멕시코(1.08%) 등 남미 주요 증시도 일제히 반등하는데 성공했다.
미 경제전문방송 CNBC는 월가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두바이 쇼크 이후 금융시장에 패닉보다 신중함이 우세한 상황"이라며 "두바이 쇼크가 투자자들을 두려움에 떨게 했지만 매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특히 세계 최대 채권투자회사 핌코의 모하메드 엘-에리언 공동 최고경영자(CEO)는 "그동안 상승세를 이어온 주식시장에 조정의 촉매가 될 뿐"이라며 "시장의 조정이 어느 정도까지 이뤄지는지 두고 보자"고 말했다.
우리나라 금융당국도 29일 비상금융대책반회의를 열고 "현 단계에서는 두바이 사태가 리먼브라더스 파산 같은 전면적인 글로벌 시스템 리스크로 확대될 가능성은 별로 없다"고 의견을 모았다.
권혁세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아부다비정부와 유럽정부가 사태를 방관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이들 정부가 나서서 사태를 조기 해결하면 국제시장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불안감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 미국의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이 여러 차례 진폭 끝에 글로벌 금융위기로 이어졌듯, 두바이 쇼크의 파장도 아직 섣불리 단언하긴 쉽지 않다.
가장 주목해야 할 경고는 두바이 쇼크가 신흥시장 전반의 위기로 확산될 수 있다는 것.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보고서에서 "꼬리 위험(tail riskㆍ대형 위기 발생확률은 낮더라도 차제에 투자자들이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는 현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이것이 심각한 국가부도 사태로 악화될 수 있다"며 "이 경우 신흥시장 전반의 금융 위기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두바이처럼 빚이 많은 국가들이 요주의 대상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두바이의 문제가 전 세계의 투자자들에게 빚이 과도하게 많은 국가들의 부도 가능성이라는 새로운 공포를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외채 비율이 161%로 상당히 높은 편에 속하는 그리스 국채의 경우, 독일 국채와의 수익률 격차가 갈수록 확대(27일 현재 2.7%포인트)되는 등 국제 국채시장이 요동을 치고 있는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심지어 뉴욕타임스는 "베어스턴스가 차입이 과도했던 투자은행들의 잇단 몰락을 가져온 것처럼 이제 걱정은 두바이가 채무가 많은 국가들의 위험을 가장 먼저 알리는 '탄광 속의 카나리아(카나리아가 탄광붕괴를 가장 먼저 감지하고 이를 경고한다는 뜻)'일 수 있다는 점"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따라 우리 정부도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는 입장. 금융당국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중심의 비상금융통합상황실, 민간 금융전문가와 구축한 핫라인 등을 통해 국내외 금융시장 동향을 밀착 모니터링하겠다"고 밝혔다.
이영태 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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