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엔화 비상… 재팬 비상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엔화 비상… 재팬 비상

입력
2009.11.29 23:36
0 0

15년 만에 '슈퍼 엔고(高)'가 왔다. 어느새 달러당 84엔대. 이러다가는 '1달러=80엔'벽을 무너뜨리고, 종전 기록(79.75엔)을 갈아치울지도 모를 일이다. 실제로 연내 그럴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엔고 미스터리

지난 27일 오전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ㆍ달러환율은 한때 달러당 84.82엔까지 폭락(엔화가치로는 급등)했다. 올 상반기만해도 달러당 100엔대 전후였지만, 10월 90엔대로 떨어지더니 이젠 80엔 초반까지 주저앉았다. 종전 최저치는 1995년4월의 79.75엔.

사실 일본 경제는 정부 스스로 '디플레이션'을 선언할 만큼 위축되어 있는 상황이다. 일본은 9월 산업활동지수가 전월대비 0.6% 하락하고 물가도 마이너스행진이 이어지는 등 전형적 디플레이션을 겪고 있다.

사상 최대 수준에 이른 정부 부채로 인해 국가부도 위험을 나타내는 신용디폴트스와프(CDS) 프리미엄 역시 상승하고 있는 추세다.

그런데도 경제펀더멘털과는 무관하게 엔화가치가 이렇게 급등하는 까닭은 현 시점에서 '세계 유일의 안전통화'로 취급되고 있기 때문.

3대 기축 통화 가운데 미국 달러화와 유로화가 워낙 바닥을 헤매고 있는 탓이다. 미국 달러화는 제로금리 영향으로 초약세 기조가 이어지고 있는 상태. '달러 캐리 트레이드(저금리의 달러화를 빌려 해외에 투자하는 것)'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면서 달러약세는 좀처럼 반전이 힘들어 보인다.

실물 경기침체가 걱정스런 미국 당국도 이런 달러약세를 용인하는 분위기다.

여기에 유로화는 '두바이'쇼크의 직격탄을 맞았다. 유럽 금융기관들이 두바이 모라토리엄에 말려 들어감에 따라, 유로화 가치도 뚝뚝 떨어지고 있다.

결국 기축통화 가운데 엔화만 멀쩡한 셈. 실물경제는 디플레이션으로 치닫는데도, 상대통화들이 워낙 추락함에 따라 엔화만 '나홀로 강세'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일본 정부도, 일본 기업들도 비상이 걸렸다. 환율이 올라가서 수출이 늘고 물가도 좀 올라가야 경제가 살아날 텐데, 오히려 환율이 경제의 숨통을 조이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행이 대규모 시장개입에 나설 것이란 소문이 도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와 관련,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총리와 시라카와 마사아키(白川方明) 일본은행 총재가 다음달 1일 회동, 엔고와 디플레이션 대책을 논의키로 함에 그 결과에 세계 금융시장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엔고 어디로?

전문가들은 당분간 엔고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달러화가 강세로 바뀌어야 엔고가 한풀 꺾일 텐데 현재로선 그럴 기미가 없기 때문이다.

니혼게이자이 보도에 따르면 일본 주요 은행들은 올 연말 엔ㆍ달러 환율이 지금과 비슷한 달러당 80~90엔대를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지만, 미쓰이스미모토 등 일부 은행은 엔화 가치가 사상 최고인 달러당 75엔까지 상승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엔화가치가 끝없이 상승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환율은 결국 경제의 펀더멘털에 수렴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일본 경제가 살아나지 않는 한, 반대로 미국경제와 유럽경제가 회복된다면 결국 엔화가치는 떨어질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금융연구실장은 "엔캐리트레이드의 영향으로 수년 간 엔화가치가 낮은 수준을 유지했으나, 금융위기 이후 미국이 제로금리를 유지하자 엔캐리 자금이 청산되며 급등한 것"이라고 분석하고, "내년에는 미국의 금리 인상 시기가 다가오며 엔화가 다시 약세로 돌아설 수 있다"고 전망했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