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김장철을 맞아 택배회사마다 '고향김치' 배송에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시골의 부모님들이 손수 담근 김치를 도시의 자녀에게 보내느라 택배 의뢰가 쇄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골에 사는 부모님들이 농사를 짖는 이유 중 가장 큰 것은 자식사랑 때문이다. 봄나물부터 겨울 김장배추까지 일 년 내내 보내주신다. 보내주신 먹을거리를 자녀들이 손자 손녀들과 함께 오순도순 나누어 먹는 모습을 생각하면 온몸이 쑤시는 고통을 기쁨으로 생각하고 참아낸다. 마치 퍼내도 퍼내도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아무리 경제가 어려워도 우리의 부모님들은 이를 마다하지 않는다.
올해는 절반이 넘는 가정이 김장을 하겠다고 한다. 주부들 대부분은 김장 김치 담그는 방법을 어머니로부터 배웠거나 배우자 어머니로부터 배워왔다.
그러나 우리 실생활에선 부모님과 함께 담그는 김장 문화가 점차 사라져 가고 있으며 김장 수요도 줄어들고 있어 안타까움을 더한다. 요즘 젊은 주부들은 김치 담그는 방법조차 모른 채 시중에서 구입하여 먹고 있으나 국적불명의 김장 양념과 김치가 국산으로 둔갑하는가 하면, 엉터리 젓갈까지 나돌아 오히려 가족들의 건강이 걱정될 정도이다. 귤화위지(橘化爲枳ㆍ회남에서 자란 귤나무를 회북에 옮겨 심으면 탱자가 열린다)라는 말이 있듯이 옛날 우리 조상들은 100리 밖의 농산물은 먹지 않는다고 했다. 100리 밖의 농산물은 우리 몸에 맞지 않고 이롭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번 주말에는 시간을 내어 자식들의 손을 잡고 부모님이 계신 곳을 찾아 김장 김치를 담가보자. 부모님은 자식이 내려온다는 소식에 틀림없이 읍내 장에 갔다 오실 거고 그 날은 잠시 옷단장하고 오랜만에 허리를 펴보는 날이 될 것이다. 또한 김장 김치를 마련하는 떠들썩한 시간은 잠시나마 우리 부모님이 주름진 이마를 환하게 펴실 수 있는 한 때가 될 것이다.
밭에서 자식, 손자 손녀와 함께 수확한 싱싱한 배추를 절여 노란 속잎에 각종 양념을 한 빨간 속배기를 정성스럽게 가족 서로의 입에 넣어주자. 그것은 단순한 김장김치가 아니라 나의 사랑과 가족애를 함께 넣어주는 계기가 될 것이다.
엄태범 농협중앙회 안성교육원 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