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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99' 기괴, 충격, 공포… 뒤엉킨 욕망의 집합체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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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99' 기괴, 충격, 공포… 뒤엉킨 욕망의 집합체 '서울'

입력
2009.11.29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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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탁환, 강영호 지음/살림 발행ㆍ288쪽ㆍ1만2,800원

소설가 김탁환(41)씨와 사진작가 강영호(39)씨의 연작 사진소설 <99>는 독특한 실험의 소산물이다. 글에 영감을 얻은 사진작가가 사진을 따로 찍거나, 사진에 영감을 받은 작가가 글을 써 완성하는 다른 사진소설과는 달리 이 소설은 이야기를 꾸미는 단계에서부터 서로 생각을 교환했다.

이들은 창작 초기 "두 사람이 거울을 사이에 두고 한 사람은 글로 한 사람은 사진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이미지를 연상했다"고 말한다. 강씨가 여러 사진들을 제시하면 김씨가 그 중 하나를 선택한 뒤 함께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방식이었으니 명실상부한 공동작업인 셈이다. '99'라는 기묘한 제목 역시 거울 앞에 나란히 서있는 두 사람의 모습에서 착상한 것이다.

'드라큘라 사진관으로의 초대'라는 부제처럼 연작 형태의 단편 7편의 분위기는 그로테스크하고 인물들은 기괴하다. 지하철 선로에서 뛰어내려 죽은 사람이나 죽을 사람이 자신의 배와 가슴에 나타나는 기관사('인간인간인간'), 불야성을 이루는 도심을 피해 생태공원의 지하에 숨어든 빛을 뿜는 인간('반딧불이인간'), 웨딩드레스를 입은 채 자신을 추종하는 남자들과 함께 한강으로 뛰어드는 여성('웨딩 인간') 같은 이들이다.

소설의 무대는 실제 강씨의 작업실이 있는 홍대 앞을 비롯해 목동 오목공원, 상암동 하늘공원 등 서울 곳곳이다. "대도시에 사는 사람들의 기형적인 욕망을 소재로 한 도시괴담을 만들고 싶었다"는 것이 김씨의 집필 동기. 자신이 모는 기관차에 사람이 치여 죽어도 다음날 아침이면 그 지하철을 다시 운행해야 하는 기관사, 빛을 뿜고 있으나 도시의 불빛에 밀려 지하로 숨어들어갔다 결국 한 줌 재로 변하는 반딧불이인간 등 이 소설의 주인공들은 각각 권태, 속박, 집착 등 도시인들의 기형적인 욕망을 상징한다.

강씨의 사진들은 '춤추는 사진작가 강영호_99 Variations'라는 제목으로 서울 성곡미술관에서 내년 1월 24일까지 전시된다. 두 사람은 <99>의 후속 연작 사진소설도 12월부터 인터넷에서 연재할 예정이다.

이왕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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