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일모직이 독립 디자이너들과 손잡았다. 18일 문을 연 온라인 패션 편집몰 일모스트릿닷컴(www.ilmostreet.com)이 그 현장이다. 참가한 디자이너 숫자만 50여 명이고, 계약 단계에 있는 디자이너까지 합치면 80명에 달한다. 이들이 내놓은 주력 및 서브 브랜드 수를 따지면 100개 브랜드가 넘는다.
갤럭시 구호 빈폴 등 내셔널 브랜드에 니나리치 나인웨스트 토리버치 망고 등 수입 브랜드까지 합치면 줄잡아 24개 브랜드고, 백화점 매장을 따로 전개하는 라인까지 세면 40개에 육박하는 브랜드를 거느린 패션 대기업이 굳이 독립 디자이너들과 손잡고 사이버 공간에 패션 편집몰을 내는 이유는 뭘까.』
일모스트릿닷컴은 사이트 오픈 전인 이달 초부터 '남들과 같은 옷을 입느니 차라리 벗겠다'는 내용의 'Be Naked' 티저 동영상을 공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일렉트로니카 가수 시언이 실제 옷을 벗는 장면을 시연한 이 동영상이야말로 일모스트릿닷컴을 통해 제일모직이 하고자 하는 모든 것을 담고 있다.
첫째는 디자인 감각은 갖췄으되 유통 및 마케팅 능력은 떨어지는 독립 디자이너들을 지원함으로써 대중과 소통하게 만들겠다는 것이고, 둘째는 이를 통해 급성장 중인 온라인 패션 시장에서 남다른 상품력을 과시하는 카테고리 킬러로 성장하는 것이다. 패션계 영 파워들의 감성으로 무장한 온라인 편집몰은 궁극적으로는 온ㆍ오프라인을 연계해 다양한 사업군을 창출하는 플랫폼 역할을 하게 된다. 제일모직으로서는 독립 디자이너 육성이라는 명분도 쌓고 무섭게 성장하고 있으나 아직 패션 대기업이 진입하지 못한 온라인 패션 시장을 선점하는 실속도 노리는 두 마리 토끼 몰이에 나선 셈이다.
일모스트릿닷컴에 참여하는 독립 디자이너들의 면면은 화려하다. 동대문 디자이너 출신으로 뉴욕 컬렉션까지 진출해 패션 꿈나무들의 우상이 된 최범석, 유럽 감각의 독특한 패턴과 디자인으로 콧대 높은 수입 전문 편집 매장에서 유일한 국내 브랜드로 선정되곤 하는 쟈뎅 드 슈에트의 김재현, 철학적 디자인을 선보이는 서상영, 적어도 국내에선 마놀로 블라닉만큼 유명세가 있는 수제화 브랜드 수콤마 보니의 이보현과 서상길, 서울패션위크에서 뜬 반달리스트 등 스타급들이 줄줄이 포진했으며 김선욱 홍혜진 등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신진 디자이너들도 다수 참가했다.
현재는 의류 액세서리 구두 등 패션 상품이 주류지만 향후 참가 디자이너들과의 개별적 협업을 통해 아트 상품, 문구류 등으로 구색을 넓힐 계획이다. 또 제일모직 익스클루시브(한정판) 라인을 출시하고 브랜드 공동 개발에도 나선다.
지재성 제일모직 온라인사업팀장은 "대부분의 독립 디자이너들이 디자인 감각과 아티스트 기질을 갖추고 있지만 유통과 마케팅력이 떨어지고 영세해 매장 확보가 어렵기 때문에 상품을 제대로 보여 줄 수 없었다. 이번 일모스트릿닷컴의 작업은 개성 강한 이들을 한데 모음으로써 시너지를 내고 캐릭터 의류 시장의 볼륨을 좀 더 키워 보자는 뜻에서 기획됐다"고 말했다.
제일모직의 온라인 패션 사업은 알고 보면 10년 전에 이미 시작된 구사업 중 하나다. 1998년 제일모직 종합몰 성격의 패션피아가 탄생했고 빈폴의 6개 라인을 집대성해 놓은 빈폴닷컴도 운영 중이다. 그러나 백화점 위주의 유통 정책을 쓰면서 온라인 쇼핑몰 사업은 사실상 지지부진한 상태였으나 지난해 온라인 몰 시장이 급속 확대되면서 시각의 전환이 필요했다.
지 팀장은 "일모스트릿닷컴의 구상은 지난해 말부터 시작됐다"며 "백화점과 가두 매장 중심의 패션 유통은 이제 한계에 달했고 일본의 사례에서도 보듯 미래 패션 유통은 실렉트 샵들이 주도하게 될 것이다. 그 단계로 넘어가는 다리 역할을 할 사업을 고민하다가 온라인에 눈을 돌리게 됐다. 아직 패션 대기업들이 움직이지 못한 유일한 시장이고, 온라인 쇼핑의 성장세를 감안할 때 향후 온ㆍ오프라인을 연계하는 플랫폼으로 충분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판단이 섰다"고 말했다.
온라인 시장에 눈독을 들이는 건 제일모직만의 일이 아니다. 신세계유통산업연구소가 지난해 15조1,000억원이던 온라인 쇼핑 매출액이 올해는 20조원으로 32% 가량 급성장할 것이라는 보고서를 낸 이후 온라인 패션 시장에 대한 패션 기업들의 구애가 뜨겁다. LG패션은 올 초 인터넷 쇼핑몰 업체 하프 클럽에서 팀장급을 스카우트해 온라인 아울렛 개념의 썸씽 엘스(www.somethingls.com) 사이트를 오픈했다.
자체 브랜드는 물론, 타사 브랜드까지 입점시켜 온라인 사업의 가능성을 모색하겠다는 취지. CJ오쇼핑은 인터넷에 셀렉샵(http://www.selectshop.com)을 오픈, 고가의 수입 브랜드와 자체 PB브랜드를 런칭하는 등 온라인 패션 사업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해외에서도 패션 업체들의 온라인 진출은 활발하다. 지난 가을 열렸던 알렉산더 맥퀸의 2010 봄ㆍ여름 컬렉션은 쇼스튜디오닷컴을 통해, 루이비통의 쇼는 페이스북을 통해 실시간으로 전 세계에 생중계됐다. 돌체앤가바나는 자신들의 패션쇼에 A급 블로거들을 초청해 쇼의 첫 번째 줄에 앉히면서 그들의 입소문과 블로깅을 통해 온라인상의 소비자들에게 시즌 제품 정보를 실시한 소개할 수 있도록 했다. 이 모든 것이 온라인 시장의 높은 성장률에 주목한 결과다.
김혜경 패션플러스 홍보실장은 "명품 소비가 줄고 패스트 패션이 성장하는 것은 패션이 재력보다 감각의 문제라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며 그런 의미에서 온라인 패션 시장의 성장은 대세"라며 "최근 대기업이 잇따라 진출하고 있지만 단순히 신유통망 추가 차원이 아닌 패션 문화를 창출한다는 측면에서 접근해야 시장에 발맞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성희 기자 summ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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