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이어 영국 정보기관도 테러 용의자들에게 비인도적 고문을 자행한 사실이 폭로됐다. 영국 법무부는채찍을 가하거나 목을 조르고, 전기드릴로 위협하는 등 불법 행위가 있었는지 여부를 가리기 위해 조사에 착수했다.
세계적인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는 25일 영국이 파키스탄에 수용돼 있던 영국 출신 테러용의자들을 고문했다는 사실이 파키스탄 출신 정보요원들 다수의 증언으로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휴먼라이츠워치는 이날 '잔인한 영국(Cruel Britannia)'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영국이 테러 용의자 고문을 공모했다는 사실이 명확히 드러났다"며 "잔인하고, 불법적이고, 비도덕적이다"고 비판했다.
휴먼라이츠워치의 1년간의 조사 결과, 영국 요원들은 런던 출신 의대생 테러용의자에게서 정보를 캐내기 위해 목을 졸라 눌렀으며, 영국 루턴 지방 출신 용의자에게는 폭행과 함께 채찍을 가하고, 전기 드릴로 위협했다. 잠을 재우지 않는 심문도 자행됐다. 고문에 함께 가담한 파기스탄 요원들은 "영국 요원들이 용의자들을 취조할 때 어떤 수단이건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즐거워했다"고 전했다.
영국 요원들에 의해 고문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테러용의자들은 2002~2008년에 걸쳐 최소 10여명에 이른다. 이중 무혐의로 석방된 용의자 한 명은 "5일간 발가벗겨져 두건이 씌워진 채 폭행당하고 전기 충격을 당했다"고 말했다.
가디언은 패트리샤 스코틀랜드 영국 법무장관에게 보다 광범위한 조사에 나설 것을 요구하는 압력이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스코틀랜드 장관은 우선 파키스탄과 모로코에서 고문당한 영국출신 테러용의자 비얌 모하메드 사건과, 영국 첩보기관 MI6가 가담한 것으로 알려진 또 다른 사건 에 대해 조사하도록 런던 경찰청에 지시했다.
가이언은 또 "토니 블레이 전 영국 총리시절, 영국 정보기관의 해외 취조방식에 대한 새로운 가이드라인에 만들어졌다"며 블레어 전 총리가 고문 취조 방법을 용인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블레어 전 총리측은 이에 대해 "고문을 허가한 적이 전혀 없다"고 부인했다.
이진희 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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