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25일 그림 강매 혐의로 구속된 국세청 안원구 국장과 국세청 관계자들의 통화 내용이 담긴 녹취록을 전격 공개했다. 안 국장측으로부터 입수한 녹취록은 12개의 mp3파일과 1건의 한글파일로 이뤄져 있다. 일부 녹취록에는 안 국장 사퇴 종용 배경으로 '청와대'가 거론되고 있는 데다, 당시 서울국세청장이었던 이현동 국세청 차장이 이를 추진했던 것으로 나타나 파장이 예상된다.
녹취록에 따르면 지난 7월 21일 당시 국세청 L 감사관은 안 국장에게 S사의 최고경영자 자리를 권유하며 사직을 종용했다. 이에 안 국장이 "누구의 뜻이냐"고 묻자 L 감사관은 "청와대를 포함해서 정부 전체다. 청와대나 이쪽에서도 그렇고 최고위층에서 인지를 하셨다"고 대답했다. 또, 7월 14일 당시 Y 감찰계장은 안 국장과의 면담에서 "최근 사표 쓰신 분들은 다 그 분 뜻에 따라 쓰셨다"고 말한 뒤, "이현동 서울국세청장을 말하는 것이냐"는 안 국장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당시 서울청장이었던 이 차장이 본청의 감찰과에 지시를 내리는 '월권'을 행사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민주당은 녹취록과 별도로, 이명박 대통령 실소유 논란이 일었던 도곡동 땅과 관련해 안 국장이 작성한 서면자료도 입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사정기관 관계자는 "안 국장이 2005년 포스코 세무조사에 관여하면서 도곡동땅의 실소유주가 누군지 입증해줄 자료를 가지고 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민주당 관계자도 "너무 앞서나가면 안 되기 때문에 관련 내용에 대한 사실관계 확인 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날 녹취록 공개에 앞서 당내 '한상률 게이트 및 안원구 국장 구속 진상조사단'을 구성하고 단장에 송영길 최고위원을 임명했다. 송 최고위원은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안 국장이 지난해 초 당시 한 국세청장의 부탁으로 국회의원회관에서 여권 실세인 A의원을 두 차례 면담하고 인사 청탁을 했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이날 민주당의 녹취록 공개는 당 차원의 공식 브리핑을 거치지 않고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이뤄졌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당 관계자는 "일부 언론이 이미 녹취록을 입수했고 내용이 조금씩 보도되는 상황에서 공개할 수밖에 없었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제1야당이 폭발력 있는 이슈와 관련된 녹취 자료를 사실 확인도 거치지 않고, 배경 설명도 없이 공개한 것은 무책임한 처사"라는 지적도 있다.
김회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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