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지평선] 출산율 높이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지평선] 출산율 높이기

입력
2009.11.26 23:35
0 0

나소열(50) 충남 서천 군수는 4년 전 마흔여섯 살의 나이에 늦둥이 둘째 딸을 낳았다. 인구가 줄어드는 지역의 군수로서 출산장려운동의 모범을 보이기 위해서였다. 당시 군청에서 30만원의 출산장려금을 지급받은 나 군수는 "조만간 셋째 아이 낳기에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약속대로 올해 2월 세 아이의 아빠가 됐다. 군민들도 아이 낳기에 열성적일까. 1960년 14만9,000명에 이르던 서천군 인구는 2005년 6만4,600명, 2008년 6만500명으로 줄었다. 최근 적극적인 출산장려책을 펴고 있지만, 인구 6만명 붕괴는 시간문제라고 한다.

▦ 지방자치단체들은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각종 아이디어를 동원하고 있다. 전남 강진군은 첫째 아이 출산 때 120만원, 둘째 240만원, 셋째 이상 720만원의 양육비를 지원한다. 인천시는 3명 이상 다자녀 가구에 음식점 주유소 등의 요금을 할인해 주는 카드를 발급하며, 전북 남원시는 내년부터 전국 최고 수준인 100만(둘째)~3,500만원(열째)의 출산장려금을 지원할 계획이다. '다다익선상(多多益善賞)''다복왕상(多福王賞)' 등을 만들어 시상하는 자치단체도 여럿이다. 하지만 이런 대책이 출산율 제고에 미치는 효과는 미미한 게 현실이다.

▦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가 자녀 양육비 및 각종 출산지원책을 망라한 '저출산 대응 추진방향'을 내놓았다. 이 중 눈에 띄는 내용은 다자녀를 둔 가장의 정년 연장과 셋째 자녀부터 대입 전형ㆍ취업에서 우대 혜택을 주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사실 새로울 것도 없는 아이디어다. 충남여성정책개발원은 3년 전 세 자녀 이상 낳는 가정의 남편에게 대체복무 등 병역 혜택을 주자는 정책을 제안했다. 또 출산 여성이 취업할 때 가산점을 주고, 직장 여성이 아이를 낳으면 승진이나 승급을 시켜주는 출산가산점제 도입 방안도 거론돼왔다.

▦ 현대 여성들은 직장생활을 가정생활 못지않게 중시한다. 그런데 대다수 고용주들은 여직원들의 임신과 출산을 반기지 않는다. 그렇다고 사회가 육아 부담을 나누는 것도 아니다. 직장과 사회가 아이를 짐으로 여기는데, 어느 여성이 출산장려금을 받겠다고 선뜻 아이를 낳을까. 다자녀 가구의 가장과 출산 여성에게 경제적 인센티브를 주는 것도 필요하지만, 가족과 아이의 가치를 소중하게 여기는 사회 분위기가 더 중요하다. "출산과 육아문제를 모두 개인이 책임져야 하는 상황에서 그 어떤 정책이 효과를 볼 수 있겠느냐." 세 아이의 아빠가 된 나 군수의 말이다.

고재학 논설위원 goindol@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