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 계열사인 한진해운이 자사가 보유하고 있던 주식을 사모펀드에 매각한 것을 놓고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진해운 측은 유동성 확보를 위한 '단순한' 매각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일부에서는 한진해운이 그룹으로부터 분리하기 위한 수순을 밟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한진해운은 23일 자사주 주식(15.82%) 중 일부(3.62%)를 장외거래 방식으로 실체가 알려지지 않은 사모펀드에 600억원에 매각했다. 한진해운은 이에 대해 최근 채권단과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맺을 정도로 유동성이 좋지 않기 때문에 현금 확보 차원에서 매각한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한진해운은 글로벌 경기침체로 인한 시황악화로 올해 8,0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하고, 선박을 일부 매각하는 등 유동성 확보 노력을 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번 자사주 매각이 유동성 확보보다는 최 회장 측의 '홀로 서기'를 위한 안정적인 경영권 확보에 방점에 찍혀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근거는 굳이 600억원 마련을 위해 경영권 방어에 중요한 자사주를 매각했느냐다.
600억원 정도의 자금은 회사채를 추가 발행해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는 규모라는 것. 때문에 의결권이 없는 자사주를 우호세력에게 매각함으로써 의결권을 부활시키는 데 무게가 실려있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진해운은 한진그룹 계열사임에도, 조 회장의 둘째 동생인 고 조수호 회장이 2006년 사망한 뒤, 부인인 최 회장이 경영하는 형태를 취해왔으며, 현재 최 회장 측 지분은 9.2%로, 조 회장 측 지분(9.1%)과 큰 차이가 없다.
업계 추측대로 이번 자사주 인수 주체가 최 회장 측의 우호세력이라면 자사주 매각으로 최 회장 측 지분이 조 회장 측보다 4% 가까이 많아지는 셈이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진해운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사모펀드에 매각함으로써 자금확보와 최 회장 측의 지분 증가를 같이 꾀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지주사 전환과 자사주 매각 이외에도 올 1월 해운전문가가 아닌 재무통(김영민 사장)을 대표로 앉힌 것을 볼 때 한진해운이 그룹부터 독립하려는 것이라는 예상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한진해운은 주주가치를 높인다는 차원에서 지난달 주주총회 의결을 통해 내달부터 순수지주회사(한진해운홀딩스)와 사업회사(한진해운)로 분리하기로 했다.
박기수 기자bless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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