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 매각작업이 5개월이 되도록 베일 속에 가려져 있다.
지난 23일 대우건설 인수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되면서 매각작업의 뚜껑은 열렸지만 뭐 하나 분명하게 드러난 것이 없다. 오히려 '알 수 없는', '이해하기 힘든' 경우의 수만 늘어나는 통에 이런저런 의혹의 꼬리표만 늘어나고 있다.
두 곳과 동시 협상?
기업 매각을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는 보통 한곳만 정하는 게 관례. 우선협상대상자와의 매각 작업이 불발될 경우를 대비해 예비협상대상자를 차순위로 정해두는 경우는 있지만 이번처럼 우선협상대상자로 두 곳을 동시에 정해 협상에 나서는 경우는 없다.
금호아시아나그룹 측은 가격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 차원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인수자로 떠오른 자베즈파트너스와 TR아메리카컨소시엄 입장에선 대우건설이 '올인을 해서라도 반드시 인수해야 할' 매물이 아닌데다, 인수자금마저 달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금호측의 설명은 갸우뚱한 부분이다.
여전히 베일에 싸인 인수주체
통상 기업 인수합병(M&A)은 절차가 진행될수록 실체가 명확해진다. 우선협상대상자가 정해지는 단계면 인수주체는 물론 경영권 구도와 인수금액 등 사실상 모든 그림이 드러나기 마련. 하지만 이번 대우건설 매각은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된 이후에도 경영권과 인수가격은 물론, 인수자의 실체에 대해서조차 모호하다.
인수가 가장 유력한 자베즈파트너스의 경우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로서 아직 펀드설정도 되지 않았고, 자베즈파트너스의 전략적 투자자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진 아부다비투자공사(ADIC)가 실제 이 컨소시엄에 참여했는지도 불투명하다.
그러다 보니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거듭된 부인에도 불구, "금호가 자베즈를 대리인으로 내세워 대우건설의 경영권을 계속 유지하는 것 아니냐"는 소문이 끊이질 않고 있다.
인수금융 지원자로 돌변한 매각주간사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혹에 기름을 부은 곳은 산업은행. 매각주간사에서 돌연 대우건설 인수 후보에 인수자금을 지원하겠다는 돌발 선언에 의혹의 눈초리는 이제 산은을 겨누고 있다.
일단 매각주간사였던 산업은행이 인수금융을 지원한다며 매각주체(seller)쪽에서 인수주체(buyer)쪽으로 입장을 선회한 것은 기업 매각 과정에서 극히 이례적인 일.
당연히 특정 인수기업에 대한 특혜 의혹이나 대우건설이 인수 능력이 없는 해외 자본에 넘어가는 부실 매각에 산은이 동조했다는 논란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대우건설 노동조합 관계자는 "매각 절차의 첫 단추부터 비상식적이며 이례적인 경우만 벌어지고 있다"며 "대우건설이 또다시 부실 매각의 피해를 보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태훤 기자 besa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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