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남자, 참 매력이 많은 듯했다. 경찰대를 졸업하고 사법시험에 합격한 촉망되는 엘리트 경찰이다. 나이 많고 꽤나 거친 형사들도 그의 야무진 리더십에 순한 양이 된다. 어디 이뿐이랴, 사랑 앞에서는 뜨거운 가슴을 가진 열혈 청년이다. 한눈에 반한 연상의 여자에게 "당신이 뛰어 놀 수 있는 넓은 가슴을 가졌다. 여기에 잔디도 깔고 나무도 심었다"며 여심을 흔들어 놓는다. 삼형제의 막내여서 어리광을 부릴 법도 한데 아니다. 이혼한 '백수' 큰 형을 못 마땅해 하는 아버지와 작은 형에게 "참고 기다리자"며 이해를 구하고, 시어머니에게 늘 구박 받는 형수를 달래는 자상한 도련님의 모습도 있다.
KBS2 TV 주말드라마 '수상한 삼형제'에서 '김이상' 역으로 출연 중인 배우 이준혁. 최근 만난 그는 드라마 속의 완벽남이기보다는 인터뷰가 낯설어 수줍어하는 평범한 청년이었다.
4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한 '솔약국집 아들들'의 후속작인 터라, 부담감이 있을 것 같았다. "시청률에 연연해 하지 않아요. '조강지처 클럽'이 잘 되긴 했지만 '그들이 사는 세상'이나 '스타의 연인' '시티홀' 같은 드라마의 경우 작품은 좋았는데 시청률은 안 나왔거든요."
이준혁이 안방극장에 얼굴을 알리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SBS '조강지처 클럽'을 통해서다. 그만큼 애정이 많다. "그때는 아무 것도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죽을 각오로 했어요." 노력이 헛되지 않은 걸까. 신인 배우를 눈 여겨 본 문영남 작가가 다시 '수상한 삼형제'의 주인공으로 그를 캐스팅했다. 그는 "작가 선생님이 작품 한번 더 같이 하자고 해 편안한 마음으로 대본을 받았는데 비중에 깜짝 놀랐다. 맡은 몫만 잘 해내자는 마음뿐"이라며 웃었다. 슬쩍 문 작가가 2006년 KBS '소문난 칠공주'를 통해 당시 신인이었던 배우 박해진을 일약 '국민 연하남'으로 키웠다고 눙쳐도 그는 배시시 웃기만 했다.
시간에 쫓기는 드라마 촬영일정 상, 일명 '쪽대본'(당일 촬영할 수 있는 분량 정도만 현장에서 나오는 대본)이 여전한데 '수상한 삼형제'는 쪽대본이 없다. 그만큼 연기자와 연출자, 작가 모두가 극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는 시간을 벌 수 있다. "일주일에 무조건 두 번씩 대본이 나와서 더 연기에 집중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저는 그냥 묻어 가는 거죠."(웃음)
드라마라고 하지만 비현실적인 부분이 많다는 지적도 했다. 경찰이 검사 '왕재수'를 때리거나, 결혼 날짜까지 잡아 놓은 왕재수가 '내가 갖기엔 그렇고, 남 주기엔 아깝다'는 얄궂은 심정으로 김이상에게 간 '주어영'(오지은)을 다시 유혹하는 장면 등이다. 이준혁은 "사실 대본을 받았을 때 캐릭터에 혼란이 왔다. 이상이는 법을 지키려고 하는 아이인데 '(검사를) 때리기까지 해야 하나'라고 생각했다"면서도 "드라마니까요"라고 말했다. "왕재수의 행동은 심하지만 흔들리는 주어영의 모습은 이해가 간다"고 했다. "5년 동안 사귄 남자친구를 쉽게 잊기는 힘들잖아요."
최근 개봉한 영화 '청담보살'에서 박예진의 첫사랑으로 등장한 이준혁의 원래 꿈은 정작 배우가 아니었다. 이준혁은 "연출가가 꿈이었다"면서 "연기를 통해 세상에 대해 보지 못하고 알지 못했던 것들을 많이 알게 돼 기쁘다"고 했다. "저는 대중적인 인간형이기보다 '비주류'에 가까웠는데 연기를 통해 조금씩 바뀌는 것 같아요. 작은 역할이라도 상관 없이 좋은 작품을 꾸준히 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김종한 기자 tel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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