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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학교 논다고 관광 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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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학교 논다고 관광 가나

입력
2009.11.26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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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토(노는 토요일)는 사실 학생들에게 노는 날이 아니다. 학원 가는 날이다. 아침부터 한밤까지 학원 강의실 한구석에 처박혀 엄청난 양의 공부를 소화해 내야 하는, 죽기보다 싫은 날이다.

필자가 사는 동네는 학원이 별로 많지 않지만 '놀토 집중 수업' '토요일 하루에 수학은 끝난다' 따위의 문구가 그득한 학원 광고지가 하루가 멀다 하고 배달된다. 서울의 대표적 학원가인 대치동 목동 상계동은 더 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놀토 제도는 정부와 기업에서 주 5일 근무제가 단계 시행되는 것에 맞춰 2005년부터 월 1회 실시됐고, 2006년부터는 월 2회로 확대됐다. 학교 수업 부담 경감, 가정의 복원, 관광 수요 증대 등이 목표였지만 이렇게 타락의 길을 걷고 말았다.

교육과학기술부 법무부 문화체육관광부 등 9개 정부 부처는 20일 강원 평창군 용평리조트에서 열린 3차 관광산업 경쟁력 강화 회의에서 '관광산업 선진화 전략'을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고하면서 학기당 7일이나 있지만 잘 활용되지 않고 있는 학교장 재량 휴업 제도를 활성화해 가족 여행이나 학생들의 학습 관광을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금 놀토가 어떻게 변질되고 있는지 보면 그 결말은 뻔하다. 어느 부모가 학교 쉰다고 아이들을 여행 보내겠는가? 죄다 학원 가게 할 것이다. 관광 수요 창출? 말도 안 되는 기대다. 사교육 수요만 창출될 것이다. 학원 주인들은 벌써 '이게 웬 떡이냐'라며 좋아하고 있다. 당장 집어치워야 할 정책이다.

반면 일단 내년 5~10월 중국 상하이(上海)엑스포 때 한국과 중국이 상대국 관광객에 대해 30일 간 무비자 입국할 수 있게 한 뒤 향후 양국 관광객의 무비자 입국을 단계 추진한다는 계획은 실효성이 있어 보인다. 2006년부터 중국인 관광객 무비자 입국을 허용하고 있는 제주의 경우 중국인 입국자가 2005년 3,821명에서 2008년 2만2,913명으로 늘었다고 한다. 무비자 입국이 전국으로 확대되면 중국 관광객이 기하급수적으로 늘 것이다.

그러나 무비자 입국은 부작용도 우려된다. 바로 불법 체류자 증가다. 제주의 경우 지난해 입국한 중국인 200여명이 체류 기한 만료 후에도 그대로 남아 있다고 한다.

물론 제주의 예로 볼 때 무비자 입국 전면 시행 후 중국 관광객 증가로 인한 이익이 불법 체류에 따른 비용보다 훨씬 클 것이다. 그러나 불법 체류 증가가 국가적 부담인 것은 엄연한 사실인 만큼 무비자 입국 제한 규정 등 이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이 이번 발표 때 제시됐어야 했다. 100%가 아닌 윤곽이라도 말이다. 하지만 발표문 어디에도 이 내용은 없었다. 정부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이를 협의한다는 게 전부였다.

그간 문화부는 "중국 관광객을 늘리기 위해 무비자 입국 기준을 가급적 낮춰야 한다"고 주장해 온 반면, 법무부는 "불법 체류를 줄이기 위해 입국 기준을 높여야 한다"고 맞서 왔다. 이번에도 이를 놓고 대립하다 기준 문제는 쏙 빼놓고 발표한 것 같다. 이 부분부터 정리하고 발표했어야 한다.

이번 발표를 보면서 '한국 방문의 해'(2010~2012년)가 목전이라는 이유로 지나치게 서둘렀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서두르다 보면 정책의 밀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 다음엔 좀 더 업그레이드된 내용이 나오길 기대해 본다.

이은호 생활과학부장 leeeun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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